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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상처

이연은 빨갛게 달아오른 손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아팠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우스웠다. 이 정도의 아픔은 마음속에 오랜 세월 쌓인 우울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때,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손님, 혹시 식사 주문하시겠습니까?” 이연은 웨이터를 등지고 대답했다. “네, A세트 주세요.” “네, 잠시 기다려 주세요.” 웨이터는 문을 닫았다. 조금 전 귀하게 보이는 사모님이 계산을 마치고 나갔다. 그는 이연도 갈 거라고 생각했다가 음식 주문을 받고는 돌아섰다. 이연은 꼼짝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다가 웨이터가 주문한 A세트를 테이블에 올리자 그제야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전 실수로 흘렸으니 치워 주세요. 컵이 깨졌어요 제가 나중에 계산하겠습니다.” 웨이터는 엉망진창인 바닥과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손을 보고는 실수로 흘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웨이터의 머릿속에는 이미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눈앞의 세련되고 젊은 여성이 조금 전 떠난 사모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니 경멸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보게 됐다. 그러나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제가 다시 와서 치우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웨이터는 말을 마치고 룸에서 나갔다. 이연은 눈앞의 음식을 보고는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팔의 통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꾸역꾸역 음식을 먹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억지로 반을 먹고는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그동안 웨이터가 들어오지 않아 식사를 방해받지 않았다. 이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커피잔을 바라봤다. 그녀는 산산조각난 컵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어떻게 자신의 마음과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룸을 나온 이연은 계산대로 가서 휴대폰을 꺼내 계산했다. 직원은 이연의 손이 빨갛게 데인 것을 보고는 친절하게 말했다. “손님, 화상 연고를 바르셔야 할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좋을 거 에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흉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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