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5화 모두 우연이었다면 믿으시겠어요?

“기억이 잘 안 나요.” 원아는 고개를 저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 기억을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딴 데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감시 카메라를 살펴보면 되겠지만. 안드레이가 꾸민 일이 밝혀질 리는 없었다. CCTV를 통해 웨이터의 신원을 조사해도 그가 증거를 남겼을 리 없다. 소남은 기가 막혔다. 6성급 호텔의 웨이터가 이런 저속한 일을 하다니! 원아는 소남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두세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소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염초설’의 말은 다 억지스러워서 믿을 수가 없었다. 원아는 할 말이 없었다. 해독제를 먹어서 몸은 나아졌지만 아직 정신이 또렷하지 않았다. 조심하지 않으면 진실을 폭로해 버릴지도 몰랐다. 원아는 정신을 차리려고 머리를 두드렸다. 혹시라도 욕조에 있을 때 머리에 물이 들어간 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정신이 몽롱했다. “저…… 그냥 혼자 생각이에요…….” 원아는 그가 그렇게 쉽게 속을 리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소남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염초설을 바라봤다. ‘그런 말에 내가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소남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염초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원아는 알 수 없는 압박감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원아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도 포함해서. “염 교수는 진실을 숨기는 게 좋아요?” 소남은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여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원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때로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숨기기도 하죠.” ‘번거로운 걸 싫어하는 군. 헨리가 가출했을 때 돌봐 준 것도 장모님의 맥을 짚어 준 것도 그리고 이번 일까지 모두.’ ‘결국 자신이 피해를 입었지만 조사하지는 말라는 뜻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