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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딱 걸렸다

주희진은 문소남의 말을 듣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영은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니!’ ‘하지만, 만약 내가 처음부터 그 아이에게 관심을 더 쏟았다면 그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로라는 냉정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 보고만 있었다. 다행히 날이 저물어 아무도 그녀의 얼굴에 서린 조롱의 빛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주희진이 싫었다. 자신이 가족에 대한 정이 없는 것도 한 몫 했지만 주희진은 너무 약해 빠졌다. 고작 임영은이라는 여자애 하나 때문에 쩔쩔매고 있었으니. 만약에 그녀도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자기도 주희진 앞에서 힘든 척 울고불고했다면 문소남 앞에서 자신을 감싸주었을까? 그녀는 조롱이 가득 담긴 눈으로 주희진을 바라보았다. “장모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 주희진은 천천히 돌아서더니 집으로 들어갔다. 소남은 외로워 보이는 장모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수석에 앉았다. 로라도 그를 뒤따라 운전석에 앉았다. 그들은 다시 문씨 고택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후, 아이들은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로라는 눈을 감고 조수석에 기대어 있는 소남을 바라보았다. ‘문소남은 주량이 세긴 하지만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분명히 지금 취했을 거야.’ “소남 씨, 정말 우리 엄마를 도와줄 생각은 없는 거예요?” 로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이러는 게 도와주는 거야.” 소남은 눈을 뜨고 안전띠를 풀었다. “장모님이 도와달라고 하셨어?” “아니요. 그런 말씀은 안 했어요. 아빠가 알면 싫어하실 거예요.” 로라는 자신이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듯 말했다. “임영은이 외국에 그대로 있는 게 장인어른하고 장모님께 좋은 일이야.” 소남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로라도 따라서 내리며 그에게 물었다. “저기, 난 임영은이 누군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렇게 나쁜 사람이에요?” “굳이 기억하려고 애쓰지 마. 되도록 신경 안 쓰는 게 좋아.” 소남이 말했다. “네, 알았어요.” 로라는 문소남이 걸어가는 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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