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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내가 훈아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

소남은 느긋한 사윤이 못마땅했다. “좀 서둘러!” “그렇다고 달라질 거 없어요. 수은 체온계는 시간이 좀 걸려요.” 그는 느릿느릿 대답하며, 걱정이 가득한 소남과 원아를 바라봤다. “아이가 열 나는 건 정상이에요. 특히, 훈아는 평소에 잘 안 아파서 한 번 아프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아플 수도 있어요.” 원아는 훈아가 아픈 것이 자기 책임 같았다. 어젯밤에 원원과 헨리만 신경 쓰다가 훈아가 열이 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5분 후, 사윤은 체온계를 꺼내 확인했다. “열이 39도가 넘네요, 하지만, 평소에 건강하니 주사 한 대 맞으면 괜찮을 거예요. 링거도 같이 맞을 거니까, 금방 열이 내릴 겁니다.” “네, 고마워요.” 훈아는 입술이 트고 껍질이 벗겨졌다. 원아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물컵에 빨대를 꽂아서 가지고 왔다. “훈아야, 물 좀 마셔봐. 응?” 훈아는 겨우 일어나 물을 몇 모금 마셨다. 입술이 타 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물도 마시기 싫었다. 원아는 아들이 물을 좀 더 마셨으면 하고 바랐다. 사윤이 덤덤히 말했다.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돼. 주사와 링거를 맞을 거니까 괜찮아질 거야.” 원아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내가 훈아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 내 탓이에요.” “당신 잘못 아니야.” 소남은 원아의 어깨를 안고 위로했다. “훈아는 단지 열이 나는 것뿐이야,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그녀는 아이 대신 아프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윤은 훈아에게 주사를 놓고 간호사에게 링거를 놓도록 지시했다. 훈아는 원아가 주는 약도 얌전히 잘 먹었다. 사윤은 세 식구 사이에 자신이 이방인 같이 느껴져 괜히 어색했다. “전 다른 병실에 가 봐야겠어요. 링거를 다 맞으면 간호사를 부르시면 됩니다.” “네, 고맙습니다.” 원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소남이 그를 노려봤다. “여기 안 있을 거야?” “형님, 훈아보다 아픈 환자가 훨씬 많아요. 형님은 아드님과 여기서 쉬세요. 전 다른 환자들도 살펴야 하니까요.” 사윤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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