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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수현은 옆에 서서 의사가 상처를 처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의사는 검사해 보니 그 상처는 비록 피투성이라서 보기엔 섬뜩했지만 다행히 그리 깊지 않아서 잘 싸매고 며칠만 쉬면 되었기에 더 이상 복잡한 처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의사는 주위의 핏자국을 깨끗이 닦은 후 알코올로 상처의 염증을 없앴다. 그러다 은수의 상처를 싸매려 할 때, 그는 은수를 한 번 보았고 남자의 시선은 지금 또 그 여자에게 떨어졌다. 마치 은수에게 싸매고 있는 사람은 그가 아니라 수현인 것만 같았다. 보건소에 온 후, 이 남자의 행동을 생각해 보면 의사는 그가 좀 불쌍하다고 생각하며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젊은이, 자네 이 아가씨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자네 이 상처는 그녀가 한 거 맞지?" 의사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그들의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은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녀에게 빚진 거예요. 내 죗값이죠." 의사는 그의 이런 표정을 보고 속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들도 한 쌍의 불쌍한 커플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거즈를 한쪽에 놓고 머리를 짚었다. "아이고, 내가 급한 일 있는 거 깜박했구나. 아가씨, 내가 꼭 나가봐야 해서 말인데, 이 젊은이의 상처는 내가 다 처리했으니 싸매는 임무는 아가씨에게 맡기마. 나도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까 먼저 가보겠네." 의사는 말을 다 한 후 쏜살같이 나갔는데, 그가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을 보면 백발이 성성한 노인 같지가 않았다. 수현은 심지어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사람은 이미 아주 멀리 떠났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은수도 약간 놀랐지만 지금 이 상황은 딱 그가 원하던 것이었다. 은수는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거즈를 가져왔다. "난 별일 없으니까, 당신 만약 바쁘다면 먼저 가봐." 말하면서 은수는 거즈를 열고 스스로 싸매려 했다. 이를 본 수현은 간담이 서늘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상처가 다시 찢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 수현은 다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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