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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수현은 택시 뒷좌석에 앉아 남자와 예린이 함께 떠나는 것을 보며 심란했던 감정이 비로소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 그녀는 이런 곳에서 의외로 은수를 만날 줄 몰랐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음이 진정되자 수현은 또 자신이 너무 흥분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예린과 은수가 여전히 함께 있는 걸 보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은수는 이미 몇 달 밖에 같이 지내지 못한 자신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설사 정말 마주쳤다 하더라도 그는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그녀도 이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 은수는 그곳에 서서 슬픔에 잠겼다. 요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이 이미 그 일로 인한 고통을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단지 수현과 비슷한 뒷모습만 봐도 그 추억들이 모두 순식간에 밀려왔다. 그는 단 한순간이라도 그 여자를 잊은 적이 없었다. 예린은 은수가 아무도 없는 거리를 보고 멍 때리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었다. 수현이 죽은 후 은수는 항상 어디론가를 보며 멍을 때렸다. 이럴 때, 아무도 그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그의 영혼은 마치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가까이 갈 수도, 건드릴 수도 없게 만들었다. 예린은 순간 짜증이 났지만 재빨리 자신의 마음을 조절했다. 은수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현은 이미 죽었고 그녀는 유일하게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여자였다. 비록 은수는 그녀에게 명분을 주려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녀가 바로 온가네 사모님이라고 인정했고 그녀는 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고 있었으니 부족한 게 뭐가 있겠는가? "은수 씨, 방금 뭐 봤어요? 한 번 조사해 볼래요?" 예린은 상냥하게 입을 열었고 은수는 정신을 차리며 눈빛은 다소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그냥 내가 잘못 본 것일 거예요." "그럼 우리 먼저 돌아가요. 본가 쪽에서 이미 저녁을 식사를 준비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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