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어린 정라엘은 불쌍하게 죽은 여자의 일을 대신하게 되었다. 매일 빨래하고 밥을 해야 했으며 안재민의 잔인한 폭력을 견뎌야 했다. 안재민은 정라엘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발로 찼으며 가끔 벨트를 휘둘렀다. 매일이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라엘은 성장했고 아름다운 외모는 시골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리고 더 끔찍한 일이 정라엘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정라엘을 쳐다보는 안재민의 시선이 음탕하게 변했다. 그는 강제로 정라엘을 안아 허벅지에 올리고 술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인 입술로 볼에 뽀뽀했다. 정라엘은 저녁에 샤워할 때면 조심스럽게 문을 걸어 잠갔지만 고개를 돌리면 문틈 사이로 안재민이 음탕하게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모든 것은 떨쳐낼 수 없는 어린 시절 정라엘의 악몽이다. 한번은 안재민이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와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친구가 그에게 웃으며 이런 질문을 했다. “왜 새로 아내를 찾지 않는 거야?” 친구의 질문에 안재민은 웃으며 대꾸했다. “지금 집에서 키우고 있잖아. 조금만 더 키우면 돼.” 안재민의 친구는 곧바로 말뜻을 알아차리고 부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앳되네. 우리는 왜 이런 횡재를 누리지 못하는 거야!” 그들의 대화에 깜짝 놀란 정라엘은 몰래 도망쳐 나와 시골의 공중전화을 찾아 떨리는 손으로 이정아에게 연락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라엘은 겁에 질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좀 구해줘요...” 전화기 너머로 정아름의 당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누구야? 이건 우리 엄마 전화야. 그리고 엄마한테 딸은 나 하나뿐이야.” 순간 정라엘은 어안이 벙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아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아름 공주님 생일이라서 엄마가 진주 왕관을 사 왔어. 친구들이 아름이를 찾고 있으니까 나중에 친구들한테 춤을 보여줘.” 정아름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엄마.” 그날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