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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아악!” 정아름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자 강기준은 즉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렇게 롤스로이스가 급정거하며 멈췄다. 정아름은 크게 숨을 몰아쉬며 질겁한 얼굴로 말했다. “기준 씨, 왜 이렇게 차를 빨리 몰아?” 강기준의 날카로운 얼굴은 여전히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방금 뒤쫓아오던 람보르기니를 바라보았다. 그 차는 그가 멈춘 틈을 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강기준은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 물었다. “괜찮아?” 정아름은 고개를 저었다. “난 괜찮아.” 그리고 곧 말을 이었다. “근데 정말 예상 못 했어. 언니가 지성 씨까지 건드릴 줄은. 아까 춤추는 거 봤지? 완전히 이상하게 춤추더라고. 시골에서 자라서 16살에 학교도 그만두니까 그저 남자 유혹하는 방법만 배운 거잖아. 정말 자기관리도 안 하고 너무 스스로를 망치고 있어.” 강기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방금 춤추며 유혹적인 몸짓을 하던 정라엘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정아름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육지성처럼 눈이 높은 사람조차도 그녀에게 넘어갔으니 말이다. “기준 씨, 오늘 라엘 언니랑 이혼했지?” “아직.” 그러자 깜짝 놀란 정아름이 물었다. “왜? 오늘 이혼하러 간 거 아니었어?” 그녀는 이미 둘이 이혼한 줄 알았다. 강기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할머니가 라엘이를 많이 좋아하셔. 할머니 건강도 생각해서 이혼은 잠시 보류하기로 했고.” ‘할머니가 끼어들었나?’ 정아름은 황현숙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황현숙이 정라엘을 좋아한다는 건 정라엘이 가장 강력한 후원자를 가진 셈이었다. 깊은 위기의식이 스쳤다. ‘할머니가 있는 한 이혼은 불가능한 건가? 내가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날이 과연 올까?’ 화가 난 정아름은 입을 열었다. “기준 씨, 왜 그렇게 할머니 말씀만 듣는 거야? 그럼 난 어쩌라는 건데? 시간이 갈수록 나이 들어가잖아. 여자는 젊은 게 제일 중요한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그러자 강기준은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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