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장
배소윤은 손을 들어 문을 똑똑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지만 문 앞에 선 건 진도준이 아니었다. 대신 한 소녀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누구 찾으세요?”
배소윤은 그녀가 진도준의 여동생, 진예진일 거라고 짐작했다. 교복 차림으로 보아 중학생인 듯했다.
진예진은 마른 체형이었지만 높게 묶은 포니테일과 단정한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반짝이는 눈빛이 당당하고 생기 넘쳤다. 어딘가 진도준과 닮아 있었다.
배소윤은 첫눈에 진예진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
“안녕, 나는 배소윤이야. 너희 오빠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 오빠 집에 있니?”
진예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돌아왔어요.”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진도준은 아직 집에 오지 않았다.
그때 안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도준이 친구구나. 어서 들어오렴.”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진도준의 어머니였다.
배소윤은 김수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말 시력을 잃은 듯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반쯤이나 희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상은 온화하고 따뜻했다. 젊었을 땐 단정한 미인이었을 것 같았다.
배소윤은 예의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김수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어서 와, 도준이는 금방 돌아올 거야. 안으로 들어와 앉아.”
집은 작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창가에는 작은 유리병에 하얀 치자꽃이 꽂혀 있었다. 어둡고 눅눅한 이 빈민가 골목에서 이 집만큼은 아늑하고 따뜻해 보였다.
배소윤이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갑자기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도준이 돌아왔다.
188cm의 훤칠한 키. 문간에 선 그는 마치 집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보였다.
오늘도 온몸을 검은색으로 맞춰 입은 그는 짧게 깎은 머리에 날카로운 얼굴선이 한층 더 도드라져 보였다. 그 차가운 눈빛이 그대로 배소윤에게 향했다.
김수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준아, 드디어 왔구나. 네 친구가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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