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장

한스 그룹 VIP 회의실. 오늘은 고위층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회의실 안 긴 테이블을 따라 파란 명찰을 목에 건 회사 임원들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재무팀 팀장이 이번 분기의 재무 보고를 진행 중이었고 회의실 안에는 그의 차분한 목소리 외에는 어떠한 잡음도 없었다. 그리고 테이블 끝에 한스 그룹의 대표인 강기준이 앉아 있었다. 오늘 그는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수트를 입고 묵묵히 손에 쥔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차분했지만 그가 풍기는 강한 기운은 회의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한 남자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조준혁이었다. 그는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뜻밖의 등장에 회의실 안의 모든 임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몰렸다. 고위층 회의 도중 비서가 직접 뛰어 들어오는 것은 절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아주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강기준은 여전히 보고서를 보고 있었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공기 속을 가로질렀다. “무슨 일이야? 말해.” 그 순간 재무팀 팀장은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임원들 역시 눈을 반짝이며 조준혁에게 귀를 기울였다. 대체 무슨 급한 일로 이 중요한 회의를 방해한 것일까? 조준혁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난감해했다. “대표님, 그게...” “방금 서진 대학교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의 다음 말이 회의실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 사모님께서... 학교에서 다른 학생과 싸우셨다고 합니다.” “...” 잠깐의 침묵 뒤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그 순간 회의실 여기저기서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고 누군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지금 이 순간 강기준의 표정을 감히 살필 용기가 없었다. 그는 손에 쥔 보고서를 넘기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