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장
사실 오랜 세월 동안 정라엘은 떠도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그렇게 계속 떠돌다 보니 어느새 성장해 버렸다.
하지만 고통보다 더 쉽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따뜻함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황현숙은 정라엘을 꼭 안아주며 마치 아이를 달래듯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이 바보야, 나한테 왜 이렇게 예의를 차려?”
“할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래, 말해 봐. 무슨 일이야?”
방 문 앞에 서 있던 강기준은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듣고 시선을 돌렸다.
정라엘은 할머니의 어깨에 조용히 몸을 기댔다. 그녀의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고 굵은 눈물이 소리 없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할머니, 더 이상 여기서 지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저... 떠나야 해요.”
황현숙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기준이가 또 너 괴롭혔어? 당장 혼내주러 가야겠네!”
옆에 있던 박순재도 재빨리 먼지털이를 들고 왔다.
“어르신, 이걸로 때리세요!”
황현숙은 그것을 낚아채며 말했다.
“라엘아, 네가 왜 떠나야 해? 그럴 이유가 없잖아. 내쫓을 거면 기준이를 내보내야지!”
“...”
‘내가 진짜 이 집 친손자가 맞긴 한가? 혹시 주워 온 거 아닐까?’
황현숙의 말에 박순재 역시 도대체 누가 이 집의 주인인지 헷갈렸다.
그때 정라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오해하셨어요. 기준 씨는 저를 괴롭히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저한테... 잘해줬어요.”
그러나 황현숙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이었다.
“진짜야?”
강기준은 조용히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작고 여린 손으로 얼굴에 있는 눈물을 아무렇게나 닦고는 황현숙을 품에 안긴 채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당연하죠, 할머니. 걱정 마세요. 아까 말을 다 못 했어요. 기준 씨가 저를 서진대에 입학시켜 줬어요. 내일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해서 더 이상 여기서 지낼 수가 없어요.”
황현숙은 순간 멍해졌다.
“기준이가 너를 서진 대학교에 보내줬다고? 서진 대학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