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4장 시작과 마무리
“선배, 알아챘어요?”
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유선영에게 디자인을 다시 수정하라고 했으니 분명히 본인 스타일에 맞게 바꿨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정우는 고개를 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내게 건넸다.
“선영 씨가 이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잘 다룰 줄 몰라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여기 네가 자주 쓰는 사인이 남아있거든.”
문정우의 말대로 수정된 디자인의 오른쪽 아래 구석에 ‘여름’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여름은 내 별명이었고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늘 불러줬었던 이름이었다.
자세히 보니 단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림 아래측에도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아챈 건 선배뿐이겠죠?”
“그럴 거야. 다른 사람들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몰랐을 거고. 게다가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까.”
“근데 왜 선영 씨한테 제출해달라고 한 거야? 모든 공이 다 선영 씨한테로 돌아갔잖아.”
문정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 속에는 분명 불만이 섞여 있었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전 얼굴을 드러낼 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게다가 민혁 오빠한테서 선영 씨도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거든요. 선영 씨는 꽤 똑똑하고 뭐든 금방 배우는 스타일이에요.”
“똑똑하긴 하지...”
문정우는 코웃음을 친 듯했지만 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내가 다시 그쪽을 바라보자 그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조금 더 심각해졌다.
“선영 씨는 이런 레벨인 디자인에 도전해 본 적이 없어. 그녀 혼자서는 절대 이렇게 복잡하고 고난도인 디자인을 수정할 수 없다는 얘기지.”
“그리고 자세히 보면 말이야. 네 디테일들이 다 남아 있어. 선영 씨는 그것조차도 고치지 않은 거야.”
“선영 씨가 아직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거지.”
그 말을 들은 나는 문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요?”
유선영이 전문적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놓고 말해서 중요하지 않았다.
내 비밀을 지킬 수 있고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었다.
문정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