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5장 결혼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고 문정우도 나를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무서워?” 나는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고는 소리 낮추라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선영이 우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문 대표님도 여기... 어, 로아 씨?” “정말 우연이네요.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어색해졌다. 아마 내가 있는 줄 몰랐던 것 같았다. 나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와 안민혁이 팔짱을 끼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너무나도 가까워 보였다. 한편, 정희선은 우리 둘을 차갑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이 두 분은?” “엄마, 이분은 문 대표님이세요. 민혁이랑 협력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세요.” “이분은 로아 씨고 디자이너예요. 그리고...” 유선영은 더 이상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조금 멈칫하고는 안민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회사 소속 디자이너는 아니고요. 가끔 협력하는 디자이너세요. 저희 집과도 친분이 있고요.” 안민혁이 자기네 집과 친분이 있다고 말한 건 내 신분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안씨 가문 사람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신분이 좀 더 특별하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개를 들은 정희선은 안색이 확 부드러워졌다. “아, 그렇군요. 선영이가 평소에 두 분한테서 도움을 많이 받았겠네요. 정말 감사해요.” “그럼 오늘 같이 식사하는 게 어떨까요?” 나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문정우도 내가 그런 마음이라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나 대신 거절하려 했다. “오늘은 괜찮습니다. 다음에 제가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할게요. 그때 다 같이 식사 한번 하시죠. 오늘은 조금 불편한 상황이라...” 유선영도 옆에서 말을 보탰고 안민혁은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정희선은 그때야 깨달은 듯했다. “아이고, 죄송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봐요. 젊은이끼리 데이트하는데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