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1장 누명
손효정이 한동안은 기뻐할 줄 알았는데 다음 주 그렉 그룹과 협력한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
회사로 찾아온 디오는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손효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른 동료들이 손효정의 눈치를 살펴대느라 바빴다.
“효정 씨,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레노 팀장님도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우리가 한동안 모임을 너무 많이 가져 돈 많이 썼다고 화내는 건 아니겠죠?”
“아니면 업무 진도 때문에 저러나? 혹시 그렉 그룹에서 기획안 빨리 달라고 온 거 아니에요?”
손효정은 끝까지 허세 부리며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동료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번에 큰일이 터진 게 틀림없다.
그동안 디자인팀에서 나와 안소연만 디자인 작업을 서두르고 다른 사람들은 손효정에게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손효정이 워낙 자격을 갖춘 리더가 아닌 데다 업무 능력도 딸려 지체된 업무량만 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고참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충언했지만, 손효정은 매일 초호화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느라 업무에 신경 쓸 시간이나 있었을까?
그러다가 지각과 조퇴는 점점 잦아졌고, 리더가 조급해하지 않으니 다른 직원들도 자연히 조급해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회사는 급했다.
프로젝트가 실행되지 않아 진도가 나지 않으면 시공, 입주 등 후속 절차가 점점 늦어진다. 이 프로젝트의 이윤도 점점 떨어질 거고.
레노의 사무실에서 갑자기 격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늘 젠틀하고 다정하던 디오의 목소리는 무섭도록 차가웠다.
“안후 그룹 디자인팀 능력이 제일 출중하다면서요? 왜 아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겁니까? 이대로라면 시공은 언제 합니까? 설마 시간 끌기 하는 건 아니죠?”
사무실이 워낙 쥐 죽은 듯 조용한 탓에 모두가 디오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그 순간 손효정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나와 안소연은 여전히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고개를 숙이고 일에 몰두했다.
손효정은 스파이로서도 리더로서도 자격 미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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