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0장 서명
“왜 이렇게 귀찮아해? 보고 싶어서 오는 건 안 되는 거야?”
배진욱은 약간 상처받은 듯했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얼굴 봤고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거 확인했으니 가.”
내가 문 쪽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자 배진욱이 웃더니 내 침대맡으로 다가와 앉았다.
“희주야, 스턴국 디자인에 문제 있는 거 알고 있어?”
“뭐?”
장승희가 간지 고작 2시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배진욱이 고개를 저었다.
“장승희가 찾아온 게 그 문제 때문인 줄 알았는데.”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내 예상대로 그는 병원에 사람을 보내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꼭 움켜쥔 채 애써 진정하려 했다.
“디자인은 대부분 승희가 도맡아 하고 있지. 좋은 소식은 말해줘도 나쁜 소식은 일절 얘기 안 해.”
배진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블릿을 꺼냈다.
“희주 너도 참여했던 디자인이야. 지금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으니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 같아. 채영 씨가 모든 상황을 체크하고 수정하려면 적어도 한 달이 걸릴 텐데 너무 성가시잖아. 희주 씨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배진욱은 태블릿을 아예 내 눈앞으로 가져왔다. 나는 그 설계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배진욱 씨, 미쳤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안 보여?”
나는 배진욱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올라 연신 기침을 해댔다. 곧 죽어가는 사람에게 아직도 일을 시키려 한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장사꾼의 민낯이 원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진욱은 내 등을 다독이며 질책했다.
“나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래. 희주 씨도 알잖아. 디자인을 수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게다가 지금 몸 상태도 별로니까 그나마 힘이 있을 때 얼른 수정해서 스턴국 프로젝트는 지켜내야 하지 않겠어?”
나는 배진욱의 손을 뿌리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용하려는 거 맞지?”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 더는 배진욱과 입씨름하기가 싫었다. 배진욱은 치밀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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