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3장 연기
사인하고 나면 배진욱이 뜸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배진욱은 거의 매일 병원에 찾아오는가 하면 외국 의료팀까지 데려왔고 항상 기자와 동행했다. 사랑꾼 이미지가 무너지면 안 되었기에 이미지 메이킹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새로운 치료 계획을 세워놓은 소성진은 배진욱이 찾아올 때마다 싸우기 일쑤였다.
“배진욱 씨, 경고하는데 절대 안 돼요. 희주 씨 내 환자니까 의료팀 데리고 당장 나가요. 여기 재연 그룹에서 세운 병원 아니에요.”
배진욱이 앞으로 팔짱을 끼고 소성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희주는 교수님의 실험품이 아니에요. 희주에게 아직 임상실험 단계에 있는 약물을 투여했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교수님, 나도 희주 치료해 주고 싶어서 이러는 건데 꼭 나쁜 쪽으로 몰아가야 해요?”
소성진은 그래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고 소유진도 합세했다. 게다가 나도 소성진에게 치료받는 걸 고집했기에 배진욱은 결국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쫓겨났다.
몇 번 시도해도 안 되면 집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얕잡아본 것 같았다. 배진욱은 나를 협박하기 위해 소씨 가문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소유진이 얼떨결에 흘린 말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캐물었지만 소유진은 말해주려 하지 않았고 카톡에도 회신이 없었다.
배진욱이 다시 찾아왔을 때 나는 말리지 않았다.
“소씨 가문에 일어난 일은 알고 있지?”
배진욱은 온화하게 웃고 있었지만 나는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배진수와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쓸 겨를이 있어?”
배진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너도 내가 배진수와 싸우는 과정 중 하나야. 별다른 뜻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이렇게 자주 얼굴 보고 셀카 찍고 싶어서 그래. 괜찮지? 셀카 몇 장이면 친구가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좋은 일이지 않아?”
배진욱은 이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셀카를 찍었지만 결과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희주야, 가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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