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4장 죽음이 다가오다
내 몸 상태는 점점 악화했고 며칠에 한 번씩 픽픽 쓰러졌다. 소성진이 쓴 신약은 암세포의 전이를 막긴 했지만 몸이 더 아팠다.
소성진은 혹시나 내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병실에서 절대 나가지 못하게 했고 바람을 쐴 수 있게 주어졌던 30분도 이제 없어졌다.
나는 매일 창가에 앉아 바깥을 내다봤다. 사립 병원이라 녹화가 잘 되어 있었기에 뷰가 좋은 편이었지만 나는 새장에 갇힌 새처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바깥세상에 나갈 수가 없었다.
배진욱은 하루건너 찾아와서는 사진을 찍지 않으면 영상을 촬영했고 덕분에 팬층이 점점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배진욱을 보며 뭐라 말하기도 귀찮아 그저 외면했다.
가짜는 진짜가 될 수 없었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말겠지만 배진욱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너무 역겨워 토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배진욱은 그런 내 모습에 자기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지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장미를 가져와 영상을 마구 찍어댔다.
나는 꽃향기를 맡은 순간 속에 들었던 걸 모두 왈칵 토해냈고 깜짝 놀란 배진욱이 얼른 사람을 불러와 청소하게 했다.
“시트도 바꿔요.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너무 안 예쁘잖아요. 그리고 바닥도 더 깔끔하게 닦고 방향제도 뿌리는 게 좋겠어요. 냄새가 너무 안 빠지네요.”
나는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는 배진욱을 보며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모임에 나갔다가 내가 취하자 그는 나를 데리고 바로 호텔로 향했고 그때도 이렇게 토했지만 배진욱은 인내심 있게 하나둘 치워줬다. 잠에서 깼을 때 배진욱은 내가 더럽힌 옷을 대신 씻어주면서도 전혀 언짢은 기색 없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내가 일찍 빨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제일 좋아하는 치마에 얼룩이 남을 뻔했어. 많이 마시니까 몸도 잘 못 가누던데 앞으로 나 없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뒤에 감기에 걸려 열이 펄펄 끓었을 때도 배진욱은 내 곁을 지키며 내가 혹시나 힘들어서 토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저 나를 귀찮아할 뿐이었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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