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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장 장기말 일뿐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와 연관된 사람이라면 누구든 연루될 것 같아 연신 고개를 젓자 다가오던 안민혁이 결국 걸음을 멈췄다. 이제 더는 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나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안민혁은 사람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터라 이 일에 연루되지 않는 게 좋았다. 배진욱이 우쭐거리며 웃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와이프를 데리고 응급실로 가야 해서요. 길 좀 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에 서 있는 어린이? 구경하지 말고 비켜줄래? 와이프가 지금 위험한 상태라.” 그렇게 내 앞을 3분이나 막고 서 있던 배진욱은 그제야 내가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는 걸 떠올렸다. 내가 정말 버티지 못하고 죽기라도 한다면 배진욱은 아마 여기서 울음을 터트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가 내가 정말 죽는다면 다른 쪽으로 이미지 메이킹 하면 된다. 평생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이미지면 충분했다. 나는 웃음이 났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배진욱이 이 정도로 연기에 능한 사람이라는 걸 왜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었다. 연기자가 아닌 게 아까울 정도였고 드라마 기획이나 작가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안으로 실려 갈 때까지 나는 주변 사람들이 그를 칭찬하는 걸 들었다. “대표님 너무 사랑꾼 아니야? 둘이 서로 대학 시절 첫사랑이라잖아.” “이렇게 일편단심인 남자가 어디 있어? 왜 나에겐 저런 남자가 주어지지를 않는 거야.” “강희주 팔자가 좋아도 너무 좋은 거 아니야? 정말 부러워 죽겠어.” “그러게나 말이야. 나를 이렇게 대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나는 눈을 감으면서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부럽다면 나 대신 여기 누워 있던가.’ 게다가 배진욱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 싫었던 나는 호들갑을 떠는 주변인들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병원까지 들어가면 쇼를 끝낸 배진욱도 떠날 줄 알았지만 병원에 들어가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곁을 따라다녔다. 검사하러 들어가면서 병원 측 보디가드들이 말려도 아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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