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8장 재벌 2세

“그러게, 나 스턴국에 온 지 반년도 넘었는데 넌 아직도 이렇게 귀찮게 따라다니네?” 나는 최지연을 따라 하며 그 말을 똑같이 되돌려주었다. 최지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나는 딱히 속이 시원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같은 기숙사에 살았고 비록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어도 어쨌든 4년이나 함께 지낸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이렇게 날을 세우며 서로가 없어지길 바라는 것처럼 구는 모습이 참 씁쓸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서 나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두 사람을 피해 소유진을 맞이하러 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등 뒤에서 최지연의 냉소가 들려왔다. “강희주, 이혼녀 주제에 뭘 잘난 척이야?”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나를 비웃는 게 보였다. “내 배 속의 아이는 아들이야. 배씨 가문의 미래 상속자라고.” “네가 얼마나 질투하고 미워할지 알아. 근데 어쩌겠어?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그럴 운명이 없는 거거든.” “너 부모님도 네가 잡아먹었지? 네 자식도...” “그만해!” 배진욱이 내 앞을 가로막으며 최지연을 제지했다. 주변 공기가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한마디만 더 하면 널 바로 돌려보낼 거야!” “진욱아!” 최지연은 금세 눈물을 글썽이며 서러운 표정을 지었고 곧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흘겨봤다. 그러고는 이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안 할게.” “우리 가족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지. 이제 가자.” 최지연이 배진욱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배진욱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손을 냉담하게 뿌리쳤다. 그러나 최지연은 배진욱에게 화도 내지 않고 그저 나를 독하게 노려봤다.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면서 남의 관계에 끼어드는 불륜녀.” 나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최지연이 무슨 염치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내 아이를 언급했을 때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원래는 그녀가 임신 중이니 얽히기 싫었지만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최지연, 네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