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장 후계자

최지연이 있는 자리이니 난 배진욱이 분명 내 뒤를 따라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그는 여전히 고집스러웠다. 그뿐만 아니라 최지연도 함께 따라왔다. 둘이서 쫓아오는 모습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강희주, 서명 안 할 거야? 의사 선생님께서 아내 서명이 필요하다고 했잖아.” 배진욱은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그의 뒤에는 똑같이 억울해 보이는 최지연이 서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지? 최지연이 그렇게 중요한 존재라면 왜 경호원 둘 정도도 붙여주지 않으시는 걸까? 이렇게 무모하게 움직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 텐데.’ 배진욱이 나만 바라보자 최지연이 바로 내 앞을 가로막았다. “진욱아, 나랑 오늘 산부인과 검진받으러 같이 가자.” “우리 아이 보고 싶지 않아?” 아까 내가 했던 말 때문인지 그녀는 마침내 아들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최지연네 집안은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집이라 대학 등록금도 스스로 벌며 다녔다고 들었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부모님은 그녀에게 대학 학비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최지연의 남동생이 물에 빠져 사망한 후 자식이 그녀만 남았고 그제야 상황이 겨우 나아졌다고 한다. ‘남아선호 사상을 싫어하면서 왜 굳이 배진욱에게 아들을 낳아주려고 하는 걸까?’ 최지연이 배진욱의 시선을 완전히 가리고 있어서 나는 몇 발짝 뒤로 물러나 슬쩍 자리를 벗어났다. 그 순간 배진욱이 다가와 내 손을 확 잡아챘다. “어딜 가려고? 서명도 안 하고 가려고?” “의사가 반드시 아내가 서명해야 한다고 했잖아. 못 가!” 그는 내 손을 세게 잡아당겼고 나는 그걸 뿌리칠 용기가 없어 그렇게 얼어붙은 채 버티고 있었다. 사립 병원이었지만 사람은 정말 많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리 셋을 쳐다보고 있었고 심지어 몇몇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나는 서둘러 배진욱을 끌고 구석으로 갔고 최지연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제발 주변 좀 신경 써 줄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