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장 자랑

여자의 직감이라는 건 아주 신기했다. 흘깃 살핀 내 시선에 최지연은 바로 이상을 감지했다. 내가 회사를 벗어나자 최지연이 빠르게 달라붙었다. “어디 가? 진욱이 만나러 가는 거지? 그치?” 난 최지연에게 대꾸하기도 귀찮았다. 그래서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나와 최지연이 나란히 등장하자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난 최지연을 무시하고 차에 올라탔다. 어차피 최지연이 내 뒤를 밟을 게 뻔했으니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내가 차에서 내리고 뒤차에서 최지연도 내렸다. 배씨 가문은 최지연을 아주 애지중지 여기는 건지 벤츠를 넘겨줬다. 나와 배진욱이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난 차 한 대 받지 못했는데 배씨 가문은 최지연의 뱃속 아이를 참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난 힐끗 바라보다가 서둘러 배진욱의 병실로 찾아갔다. “선생님, 진욱이 상태는 좀 어떤가요?” 최지연이 나보다 한 발 더 빨랐다. 오늘에는 새로 온 듯한 젊은 의사가 우리를 맞았다. 아마도 배진욱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다급해 보이는 최지연의 모습에 최지연이 배씨 사모라고 생각한 건지 서류를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사모님, 이건 새로운 치료안인데 보호자 사인이 필요합니다.” “회장님께서는 회사 일로 바쁘시고 배진욱 씨는 검진을 받으러 가셔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어요.” “일단 내용부터 체크하시고 치료를 승인하시면 아내 혹은 직계 가족이 사인하시면 됩니다.” 의사는 펜을 최지연에게 넘겼으나 최지연은 감히 사인하지 못했다. 그래도 너무 멍청한 건 아닌지 최지연은 날 노려보며 말했다.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사인해.” “네가 하면 되잖아.” 난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돌렸다. 배씨 사모님이 하고 싶다면 난 양보할 수 있었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이건 배진욱 스스로 사인할 수 있었다. 배진욱이 의식을 잃은 상태인 것도 아니었으니. 난 배진욱의 수작을 눈치챘으나 그저 모른 척 찾아왔을 뿐이었다. 의사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옆에 선 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