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장 지우기

“울긴 왜 울어요? 원래부터 나쁜 남자라는 걸 모른 것도 아니고.” “저런 사람 때문에 울지 마요.” 소성진은 어느샌가 휴지를 들고 다가와 나에게 건넸다. 난 힘겹게 눈물과 콧물을 닦아냈다. “저 사람 기억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걸 알고도 울어요?” 소성진은 무표정으로 나를 툭 쐈고 난 급격히 피곤함을 느꼈다. 다른 의사가 말했다. “교수님, 지금 강희주 씨 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 “다시 말하지만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환자가 계속 몸 관리를 안 하는데 그럼 저도 별수 없어요.” 소성진의 표정도 어두웠으며 검사 결과를 읽으며 점점 얼굴을 구겼다. “일단 내 사무실로 가요. 더 큰 소동을 벌이지 말고.” 난 그와 함께 사무실로 향했고 문정우더러 먼저 돌아가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나 혼자 해결하고 싶었으며 절대 다른 사람이 가입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선배는 이만 현장으로 가봐요. 배성훈 씨 혼자 힘들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한텐 빈혈이라고 해줘요. 임신은 잠시 비밀로 해주세요.” 문정우는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언제든지 연락해도 된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을 떠났다. 소성진의 사무실은 아주 깔끔했는데 거의 병적으로 깨끗했다. 그는 맞은편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요.” 난 무의식적으로 배를 매만졌다. 아직 평평한 배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항암 치료로 생리는 늘 불규칙적이었는데 한 달 미뤄진 생리가 아기 때문일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소성진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본인도 잘 알겠지만 타이밍이 아주 안 좋아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3년, 적어도 3년은 지켜봐야 해요.” 난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용 중인 약이 아이를 기형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난 할 말이 없었다. 힘이 빠진 소성진은 아예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남편은 머리에 문제가 생겼지. 본인 스스로 판단하세요.” 난 입술을 달싹이다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몇 분이 지나고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