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장 사생아

눈을 뜨자 잔뜩 짜증이 난 배진욱이 보였다. “네가 쓰러진 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나한테 연락해? 되도록 연락하지 말자고 했잖아.” “일부러 지연에게 연락한 거지? 내가 행여나 오지 않을까 봐.” 그의 옆에선 최지연은 무슨 생각인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동안 두 사람은 그림자처럼 붙어 지냈고 배진욱과 매일 출퇴근을 같이했다. 심지어 내가 쓰러지고도 나란히 등장했는데 두 사람이 진짜 부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문정우는 배진욱이 연락을 받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최지연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의사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배진욱을 바라보았다. “환자분 남편인가요?” “허. 가짜 결혼도 결혼이라면 그렇습니다. 명의상 남편이긴 하거든요.”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뱃속의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칼같이 말을 자른 배진욱을 보며 의사도 깜짝 놀랐다. 다양한 환자를 돌본 경력이 있던 의사는 다시 표정을 지우고 말했다. “누구의 아이든지 산모의 컨디션이 아주 안 좋습니다. 많은 휴식이 필요한데 남편이...” “내 아이도 아닌데 왜 내가 돌봐야 하죠?” 배진욱이 쌀쌀맞은 시선이 날 향했다. “정말 뻔뻔하기도 하지.” 배진욱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 난 예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진 오해였다고 덮어도 이젠 무리였다. 그는 날 믿을 생각이 없었다. 아니 눈앞의 내가 아닌 머릿속의 나를 믿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 최지연이 걸어가 살며시 배진욱의 옷소매를 당겼다. “진욱아 그러지마.” 다정한 그녀의 목소리에 배진욱도 서서히 진정했다. 그러더니 최지연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지연아 날 믿어줘. 나랑 저 사람 사이에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어.” “나한테 여자는 너 하나뿐이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난 서서히 눈을 감았다. 내 심장은 이미 사형 신고를 받았다. 배진욱의 유일한 여자라. 대학 시절만큼은 그 말을 지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 후 만난 여자만 한 트럭이 되었다. “다 나가줘.” 난 들끓는 분노를 참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기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