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장 대역

‘경찰도 찾지 못한 유시은이 내 눈앞에 나타나다니?’ 게다가 나를 납치하려고 사람을 고용한 것 같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조수석에 앉아 있던 유시은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깼네? 소화 능력 좋네?” 그녀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차는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나는 바로 헛구역질하며 토했다. “빨리 차 세워! 차 세우라고! 토할 것 같아!” 나는 먹었던 가지 요리를 모두 토해버렸다. 유시은은 나를 혐오스럽다는 듯이 차에서 끌어내고는 운전자를 향해 말했다. “밥에 약을 너무 많이 넣은 거 아니야?” “아니야. 나는 용량대로 넣었어. 두 가지 약을 같이 쓰면 부작용이 있는 거 아니야?” 운전자는 아까 나한테 과일을 배달했던 남자였다. 이 둘은 한 가지 약으로는 효과가 부족할까 봐 두 가지를 쓴 모양이었다. 나는 속을 다 비운 후 다시 두 사람에게 끌려 차로 돌아갔다. 공사장 같은 곳에 도착했을 때 차가 멈췄다. 남자는 나를 잡아끌어 옆에 있는 철제 건물 안으로 던졌다. 유시은은 손을 흔들며 그를 내보냈다. “너 먼저 가서 먹을 걸 좀 사 와. 강희주는 아직 죽으면 안 돼.” 그녀는 내 턱을 잡고 쪼그려 앉았다. “쯧... 귀신같이 말랐는데 어디가 예쁘다고... 배진욱이 널 왜 사랑하는지 모르겠네. 죽을 것 같은 네 모습을 사랑하는 건가? 하하하.” 일그러진 유시은의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그녀는 유산한 후에도 쉬지 않고 나를 납치하러 왔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더 흥미로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넌 배진욱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혼을 안 해? 아니면 애초에 배진욱이랑 결혼하지 말았어야지. 왜 굳이 결혼했어? 그래도 네 덕분에 내가 배진욱의 눈에 들 수 있었어. 안 그래?”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자세히 살펴봤다. 화장하지 않은 유시은은 확실히 나와 그렇게 닮지 않았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유시은은 나를 애써 따라 했는데 대체 누가 그녀에게 나를 흉내 내라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