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장 납치당하다
“잘못 배달된 거 아니에요?”
나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배진욱이 막 메시지를 보냈는데 벌써 음식이 도착할 리가 없었다.
꼬르륵.
오늘 하루 종일 바빴던 탓에 식사를 걸러서 그런지 허기가 졌다.
배달원이 배진욱의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며 확인했다.
“그래요.”
이제는 더 할 말이 없었다.
‘혹시 배진욱이 세심하게 신경 써준 걸까?’
대학 시절 그는 항상 이런 세심함을 보여주곤 했었다. 그걸 떠올리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지 요리가 배달되자 살짝 머리가 아팠다.
배진욱은 자기가 가지를 좋아하고 내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너무 배가 고팠던 나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이 가게의 배달 음식은 꽤 맛있는 편이었다.
긴장된 상태에서 갑자기 긴장을 풀자 나른함이 몰려왔다.
대형 아파트의 모든 것이 좋았지만 마루가 없으니 고독감이 밀려왔다.
거의 잠들려던 순간 초인종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과일 배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과일을 옮겨 드릴게요.”
배달원이 두 박스 가득한 과일을 들고 있었고 꽤 지친 모습이었다.
나는 배진욱에게 아래층 마트에서 바로 배달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생활에 관한 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아마 근처 마트의 연락처조차 몰랐을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러 갔다.
“사모님, 여기 문 앞에 두면 될까요?”
체리, 딸기, 두리안이 가득 담긴 박스를 보며 나는 배진욱이 미쳤나 싶었다.
유시은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해서 꼭 세계 종말처럼 식량을 쟁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두시면 돼요.”
배달원이 영수증을 꺼내 들고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두리안이 생각보다 무게가 나가서 연락드렸는데 받지 않으시더라고요. 환불을 도와드릴까요? 아니면 추가 결제해 주실 건가요?”
땀을 뻘뻘 흘리는 배달원의 모습을 보고 나는 조금 마음이 약해졌다.
“제가 차액을 지불할게요. 얼마죠?”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