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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김소정은 그 말에 고개를 확 들었다가 깊은 호수 같은 그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고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아, 아니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김소정이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그야 넌 남자만 보면 신이 나서 달려드는 여자니까.” 정지헌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김소정은 화가 나 발끈하려다가 어차피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서로 헤어질 사이라고 생각해 그가 마음대로 생각하게 내버려 뒀다. “당하고 나서 울지 말고 잘 들어.” 정지헌이 몸을 바로 하며 경고했다. “고서준은 무서운 놈이야. 한번 돌아버리면 눈에 뵈는 게 없는 미친놈이라고. 그러니까 최대한 멀리해. 알아들었어?” ‘자기소개하세요? 무자비한 인간이 누군데.’ 김소정은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며 겉으로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적당히 거리 유지할게요.” 정지헌은 지나치게 얌전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서서히 시선을 그녀의 복부 쪽으로 옮겨갔다. 그녀의 평평한 배를 본 순간 정지헌의 시선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김소정은 그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눈치채고 서둘러 자신의 복부를 두 손으로 가리며 뒷걸음질 쳤다. 본능적으로 아이를 지키려는 그녀의 모습에 정지헌은 차갑게 웃었다. “내가 마음먹고 그 애 지워버리겠다고 하면 네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김소정은 그 말에 원수를 보든 그를 노려보았다. 정지헌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느긋하게 불을 붙이며 연기를 뿜어냈다. “그러고 보니 네가 자기 애 임신한 거 애 아빠는 알아? 설마 얘기 안 한 건 아니지?” 김소정은 정지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말했어요. 그런데 애 아빠가 워낙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간이라 아빠 노릇은 기대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너나 네 배속의 잡종이나 버림받았다는 소리네?” 김소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지헌은 그녀의 침묵에 갑자기 동정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혐오의 눈길로 변했다. “참 불쌍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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