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꺼.”
정지헌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이에 고서준은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
‘아, 벌써 기대되네.’
정씨 저택.
김소정은 침실 밖에서 문에 귀를 가만히 대고 있다가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멈추고서야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방안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 인간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게 분명해.’
삐걱하며 문이 열리자 정지헌이 그녀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이 침대는 대체 뭔지 네가 한번 말해봐.”
추궁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정지헌은 웃을 때가 더 무섭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기에 문고리를 꽉 잡은 채 그의 시선을 피했다.
“말해.”
그러자 정지헌이 한 걸음 한 걸음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벙어리야? 말 못 해?”
“하, 할머니가 주문한 거예요. 나도 딱히 갖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그 말에 정지헌이 코웃음을 쳤다.
“딱히 갖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어제 하영 씨 앞에서 일부러 바닥에서 자? 일부러 딱딱한 침대가 좋다는 말까지 하고? 김소정, 그렇게도 나랑 한침대에서 자고 싶었어?”
김소정은 그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뭔 헛소리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정지헌의 기세에 밀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다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답했다.
“할머니한테 이 침대 필요 없다고 할게요. 아마 금방 사람 불러서 옮겨주실 거예요.”
“차라리 할머니한테 가서 내가 널 방에서 쫓아냈다고 말하지 그래?”
김소정은 주먹을 꽉 말아 쥔 채 화를 꾹 참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침대에서 잘 일은 없을 테니까. 나는 1층 거실 소파에서 자면 돼요.”
미친놈과 같은 방을 쓸 바에는 차라리 혼자 거실에서 이불 덮고 자는 게 훨씬 좋았다.
정지헌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백옥처럼 하얀 두 손을 꼭 쥔 그녀의 모습에 짜증이 일었다.
‘누가 보면 내가 아주 심하게 괴롭힌 줄 알겠네. 쯧!’
정지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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