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왜 이렇게 화를 내는데

나는 모든 게 엉망진창인 지금 상황에 온소미가 구경하러 올 줄은 정말 몰랐다. 물론 그녀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검은색 탱크톱에 짧은 치마를 입고 부총장 뒤에 서 있는 모습은 어떻게 봐도 이상했다. 부총장은 백성민이 출국해 합숙 훈련을 받는 것에 대해 간단하게 몇 마디 축하 인사를 한 뒤, 온소미에 대해 성대하게 소개하고는 성영준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미는 열정이 넘치고 영감이 있는 좋은 재목이니, 성 선생이 앞으로 잘 키워봐.” 부총장의 말뜻은 나도 알아들었다. 겉보기에는 내게 성영준이라는 후원자가 있어, 온소미가 지지 않으려고 부총장을 찾아간 것 같으나, 그녀와 부총장이 도대체 어떤 사이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성 선생님, 우리 예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한 잔 올리죠." 온소미가 저자세를 취했다. 그 말에 알딸딸하게 취했던 내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정말 대단하네. 내가 조금 전에 백성민의 품에 안긴 걸로 화를 냈던 성영준이 지금은 내 앞에서 온소미의 술을 잘도 받아 마시네.’ ‘아주 좋아, 지금 서로 상처 입히자는 거지?’ ‘성영준은 온소미가 내게 한 짓을 모두 잊었나? 나랑 성영준이 언제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이가 되었지?’ 연말에 있었던 나와 온소미의 불공평한 내기를 떠올린 나는 문득 웃음을 흘렸다. "정말 피곤하네. 나는 이만 갈게." 나는 백성민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진설아를 데리고 침실로 돌아가 자려 했다. 백성민은 우리 둘만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우리를 데려다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연회의 주인공 중 한 명이라는 걸 잊어버린 듯했다. 많은 사람이 그들을 배웅하는 의미로 가까이 다가와 술을 권했다. "됐어. 나도 이미 술이 다 깼어. 게다가 우리 학교 안인데 무슨 일이 있겠어?" 나는 백성민이 배웅해 주려는 걸 거듭 말리고는 진설아를 부축한 채 뚜벅뚜벅 계단을 내려갔다. 늦가을 밤이 꽤 쌀쌀했다. 진설아는 비틀거리며 걸었다. "지안아, 너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백성민은? 마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