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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고의야

성영준은 그저 나를 흘깃 쳐다볼 뿐 이내 부총장에게로 다가갔다. “오늘 밤에 식당 예약해서 환송회를 해주죠. 참가하고 싶은 친구가 몇 명이든 신청만 하면 참가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성영준은 부총장에게 구체적인 인원수를 조사해달라고 하며 전화를 걸어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 듣기로는 한 병에 몇백만 원이나 하는 와인도 있는 것 같았다. 무슨 해산물이며 고급 와규 및 각종 디저트와 평소에는 먹지 못하는 과일들까지 전부 다 있었다. 이런 환송회를 거절할 학생은 없었다. “과대, 뭐해! 부총장님께서 과대더러 인원수 조사해오라잖아.” 서지한은 한껏 흥분한 얼굴을 햇다. 나는 잔뜩 화를 누르며 한 명 한 명 인원을 조사했다. 사실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백성민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성 대표님이랑 사운 거야? 널 보는 눈빛이 이상하던데.” 그는 목소리를 낮춰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무심결에 시선을 돌리자 성영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잡아먹을 듯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백성민과 거리를 유지하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코웃음을 흘린 난 되레 백성민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싸웠어. 그래서, 무서워?” “무서웠으면 도와주겠다고 안 했겠지.” “그래도 고마워. 적당한 시기에 우리 이미 헤어졌다고 얘기할게, 너 연루 안 되게.” “그래!” 백성민은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미소만 짓고는 멀어졌다. 나는 마지막 칸에 내 이름을 적었다. 가야지.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성영준에게도 ‘애기’가 있는데 나는 왜 백성민이랑 다정한 척을 할 수 없단 말인가? 그건 도무지 분출할 수 없는 분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성영준과 나는 애인 사이가 아니라 그를 질책할 수도 없었고 그에게 ‘애기’도 있으면서 왜 나에게 키스를 한 건지 물을 자격도 없었다. 탓을 하려고 해도 먼저 건드린 나를 탓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서럽고 속상하고 가슴이 아파도 혼자서 묵묵히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최근 불면을 앓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다. 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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