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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간이 배밖으로

안희란은 화가 나 씩씩대며 발을 굴렀다. 이번에는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안희란 씨, 절 자르시겠다고요? 하, 그럼 어디 사모님이나 되시고 나서 그런 말을 하시죠.” 말을 마친 나는 빠르게 성영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시각 현지 시찰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양측의 합의는 초보적으로 달성한 상태였다. 공장의 몇몇 간부들은 성영준과 함께 식사를 하자고 열성적으로 초대 중이었다. 그중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한 간부는 성영준이 내내 아무런 말이 없자 포르투갈어로 조잘대며 나에게 얼른 번역해달라고 재촉했다. 나는 겁도 없이, 번역하지 않았다. 되레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도 마침 이 지역 음식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소문에 강해시의 음식들과 디저트들 아주 괜찮다고 들었어요.” 내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랐다. 그들은 우선 나의 무모함에 화들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동행 번역가인 나는 지금 이곳에는 내가 끼어들 자리가 없을 뿐 성영준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자격은 더더욱 없었다. 이내 그들은 더더욱 놀란 얼굴을 했다. 왜냐하면 성영준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공공장소에서 보잘것없는 작은 직원인 내가… 방금 보인 행동은 대표의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 짓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대표가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행은 얼른 외제 차를 불러 배웅하느라 바삐 돌아치는 것 외에도 나와 성영준이 무슨 관계인지 알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삐까번쩍한 정식당 안. 방금 전의 일로 인해 사람들은 나를 열정적으로 상석인 성영준의 바로 옆자리에 앉혔다. 그리하여 동행한 허 비서는 다른 테이블로 안내받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안희란이라는 보조 디자이너도 다른 디자이너와 함께 다른 테이블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 시선을 돌리니 메인테이블에는 전부 간부들이었다. 나는 또다시 겁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번역가님, 얼른 앉으세요. 술 같은 걸 어떻게 소 번역가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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