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
강수지는 아랫입술이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알았어요."
"꺼져."
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이변섭은 언제나 그녀에게 한 가닥의 희망을 주는 동시에 절망의 지옥으로 몰아넣는 마법 같은 방법이 있었다.
그녀는 박태오가 그녀 곁에 있고, 높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엄마에게 자신이 잘 살고 있다고 하얀 거짓말을 했다.
이제 막 깨어난 엄마가 아직 회복 전이라 자신의 실제 상황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상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이변섭은 그러는 그녀의 약점을 너무나도 많이 쥐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온 강수지는 자신의 디자인 초안을 보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연모"를 위해 목걸이부터 반지, 팔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얼리 디자인을 매끄럽고 편안하게 소화해 내며 영감을 불어 넣었지만,
유독 유미나의 결혼반지만은......
"왜 멍 때리고 그래." 황혜진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영감이 안 떠올라?"
황혜진이 책상 위의 원고를 힐끔 보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이게 뭐야. 촌스럽고 세련미도 없어서 졸부 같아 보여. 수지야, 이건 네 스타일이 아니잖아!"
"유미나 거야." 강수지가 대답했다. "걘 이런 졸부 스타일 좋아해."
"어쩐지...... 쯧쯧." 황혜진이 눈을 흘겼다. "이변섭 말이야, 눈이 좀 이상한 건 아닐까? 엄친딸에, 부잣집 아가씨에, 여스타들까지 좋다고 달려드는데. 수많은 사람들을 제쳐놓고, 왜 굳이 유미나 같은 성괴를 좋아할까?"
"아마 운명이겠지."
때마침 최지호가 거래처로부터 돌아오는 것을 보자, 황혜진이 서둘러 그를 불러 세웠다. "최 이사님, 강남에서 가장 유명한 안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왜요? 눈에 문제라도 생겼나요?"
"최 이사님이야말로 눈에 문제가 생겼어요! 사실 이변섭 씨한테 소개해 줬으면 해서요!"
최지호가 자기와 상관 없다는 듯 말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요. 참, 수지 씨, 디자인 초안을 해외에 있는 바이오한테 보여 주었는데 칭찬이 자자합디다, 계속 힘내세요."
강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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