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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어떻게 찾았어?” “대표님, 사실은 이렇습니다. 이 변태가 식사 자리에서 유미나 씨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같이 자자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원장님에게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자 원장님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가씨를 변태에게 보냈고 죽을지언정 변태에게 굴복하지 않은 유미나 씨가 도망치다가 본의 아니게 대표님의 방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이변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때, 바닥에 무릎 꿇은 영감이 큰소리로 외쳤다. “넌 뭐야?!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묶기를 묶어?!” “음?” 이변섭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네가 누군데요?” “이씨 가문이라고 알아? 강남에서 제일가는 재벌 가문!” “들어봤습니다.” “나 이씨 가문의 사촌 동생이야! 이제 알겠지? 빨리 나를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영감은 득의양양해서 대답했다. “그렇군요...” 이변섭은 구두로 아무렇게나 그에게 발길질하며 하찮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씨 그룹의 총대표인 내가 당신을 모르겠는데?” “감히 이씨 가문의 이름으로 위세를 부리다니, 겁도 없이!” 말하며 그는 힘껏 영감을 걷어차 버렸고 그대로 벽에 쾅 하고 부딪힌 영감은 넘어지면서 붉은 피를 울컥 토해냈다. 이변섭은 우아하게 발을 거두며 천천히 물었다. “이름이 유미나?” “... 네, 네. 맞아요.” 이변섭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세에 완전히 압도된 유미나는 그를 숭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 대표님, 저를 찾으셨어요?” 이런 일류의 남자는 그녀가 눈에 불을 켜고 찾는대도 절대 찾을 수 없는 남자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이변섭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날 밤 이후로 계속 찾았습니다.” 유미나는 순간 기쁨의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렇게 돈도 많고 권력도 어마어마한 남자가 그녀를 찾고 있었다고? 실제로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고 게다가 이 대표님의 수려한 얼굴은 신문에서나 몇 번 본 게 다였다. 심상치 않은 표정을 유미나를 보며 이변섭이 물었다. “기억이 안 나요?” “기억나죠!” 유미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원장이 잽싸게 말을 가로챘다. “대표님, 지금 제 딸이 너무 흥분해서 그렇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딸아이를 찾아오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유미나는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끝을 흐렸다. “아빠, 저...” “아이고, 괜찮아. 아빠한테 숨기지 않아도 돼.” 원장이 큰 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날 밤 네가 도망친 거 아빠 다 알고 있었어. 다른 낯선 남자한테 순결을 뺏긴 것도 알고 있었는데 너한테 말하지 못했었어. 그런데, 지금 이렇게 대표님이 너를 데리러 오신 거야!” 눈치 빠른 원장은 이미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략 파악했다. 게다가 그날 밤 그가 보낸 사람은 딸 유미나가 아니라 강수지였다! 강수지가 그날 도망치면서 영감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튿날 그녀가 돌아왔을 때 몸에 남자가 남긴 흔적들이 있었었다. 앞뒤를 연결해 보면... 원장은 그날 밤 대표님이 강수지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눈치 백단 유미나도 아버지의 끊임없는 눈짓에 즉각 맞장구를 쳤다. “알고 계셨어요? 저한테는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어서... 인사도 안 하고 떠났었어요.” “결혼할 거라고 했잖아요.” 이변섭의 말에 유미나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이변섭의 곁에 평생 머무를 수 있다니... 그녀에게 있어 최고의 행운이자 호사였다. 결혼한다고?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상황이었다. 만약 이씨 가문에 시집갈 수만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인플루언서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을 필요가 없었고 최고 재벌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하루하루 편하게 살 일만 남은 것이다! “전 그저...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인 줄 알았어요.” 유미나는 이야기를 지어내며 말했다. “아빠도 저를 영감에게 제물로 바쳤는데 제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어요...” 말하며 그녀는 눈물을 짜내기 시작했다. 원장도 덩달아 울상을 지으며 연기했다. “미나야, 아빠도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도망친 걸 알고 나서 아빠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니? 그 영감이 어떻게 나오든 너를 보호하겠다고 생각했어. 절대 유린당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 부녀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완벽한 호흡을 선사했다. “저 허튼소리 하는 사람 아닙니다.” 이변섭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데리러 왔습니다. 유미나 씨,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네! 갈게요! 사실 저도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유미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변섭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반응이 그날 밤과 확연히 상반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녀는 저항하다가 한껏 움츠러든 채 말도 없이 떠나버렸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한 것일까. “대표님, 대표님은 저의 백마 탄 왕자님이에요!” 유미나는 그의 팔을 끌어안으며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대표님만 있으면 저랑 아빠는 더 이상 그 영감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이변섭은 복잡한 생각을 애써 지우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찾았으니 이제 약속을 지키면 되었다. 그는 유미나와 결혼할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가죠.” 이변섭이 돌아서며 말했다. “저기, 대표님. 저 미나랑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원장은 마주 잡은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잠시만...” “네. 알겠습니다.” 이변섭이 나가자, 원장은 감격한 표정으로 유미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우리에게 해 뜰 날이 왔구나!” “아빠, 빨리 사실대로 말해. 대표님 앞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고!” 원장은 유미나의 귓가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들려준 뒤 한 번 더 거듭 강조했다. “알았어!” 유미나는 입이 귀에 걸린 채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아빠, 나 대표님한테 갈게!” 그녀는 가볍고 신난 발걸음으로 이변섭을 뒤쫓아갔다.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에 앉은 유미나는 탄성을 내지르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고 셀카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장마다 로고가 박힌 핸들이 나오도록 각도를 열심히 조절하면서 말이다. 이변섭은 그녀에게 강변에 있는 300제곱미터의 오피스텔을 마련해 주었다. 창밖으로 강남의 가장 번화한 거리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오피스텔이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도록 해요. 내일 도우미가 올 겁니다.” 이변섭이 그녀에게 키를 건네주며 말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저한테 직접 말하면 됩니다.” 유미나는 열쇠를 받아서 들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대표님, 우린 운명인가 봐요. 앞으로 대표님 마음에 들게 제가 열심히 할게요!” 그녀는 그를 안으려고 덮쳐들었지만, 이변섭에 의해 제지되었다. 이변섭은 결벽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과는 스킨십에 익숙하지 않았다. “대표님...” “늦었는데 쉬어요.” “하지만 저는 대표님과 자고 싶은걸요.” 유미나는 흐트러진 눈빛으로 한쪽 어깨의 옷을 흘러내리며 그를 유혹했다. “우리 그날 밤을 다시 함께 보내봐요...” 이런 유혹에 당해낼 남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날 밤의 여인이 그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가능한 한 빨리 이변섭과 밤을 보내고 싶었고 그래야만 마음이 한결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이변섭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시간과 장소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는 유미나가 그가 찾던 여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그건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이변섭은 하도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지라 그녀가 흥분에 겨워 조신하지 못했을 거라 합리화하며 다시 한번 거절했다. “먼저 가볼게요.” 이윽고 그는 미련 없이 오피스텔을 떠났다. ... 제경채. 강수지는 이미 잠들어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침실 입구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멀리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만 아른거렸다. 이변섭은 걸어가 오만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단잠에 빠져있던 강수지는 나른하게 몸을 뒤척였고 잠옷의 옷깃이 살짝 열리면서 뽀얗고 하얀 그녀의 피부가 드러났다. 그리고 보일락 말락 하는 그녀의 가슴까지...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왜 강수지한테만 이렇게 쉽게 몸이 반응하는 거지? 그가 진정 찾아 헤맸던 사람은 유미나였는데 왜 유미나에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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