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새벽 3시.
화장실이 급해서 눈을 뜬 손민재는 비몽사몽 볼일을 본 후 바지를 들어 올렸는데 어디선가 세찬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벽에 빨래하는 사람이 있네. 참 부지런해.’
손민재는 다가가서 누군지 확인해 봤다.
“대대장님?”
정서준은 하얀 반팔에 군복 반바지를 입고선 엄숙한 얼굴로 뭔가를 문지르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그의 팔뚝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고 튀어오른 핏줄과 손목의 혈관이 고스란히 보였다.
천천히 다가가 살펴보니 옷이 아니라 침대 시트를 빨고 있었다.
“대대장님, 결벽증이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네요. 새벽에 침대 시트를 빨다니...”
정서준은 귀가 화끈 달아올랐다.
그런 꿈을 꾼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가서 자.”
정서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째려봤다.
그의 시선에 정신이 번쩍 든 손민재는 부랴부랴 침대로 달려갔다.
정씨 가문.
온서우와 지예슬은 같은 방을 썼고 두 침대 사이에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온서우는 자려는 듯 이불을 끌어 올렸다.
그런데 이때 지예슬이 입을 열었다.
“서우야, 자?”
온서우는 안자는 걸 뻔히 알면서 물어보는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
“왜요?”
지예슬은 감격에 겨워하며 말을 이었다.
“삼촌이랑 이모처럼 우리를 딸로 생각하는 좋은 분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인 것 같아. 재욱 오빠도 너무 좋아 보여. 서준 오빠는 어떤 사람일까? 사진으로 봤을 땐 잘생겼던데 좋아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겠지?”
온서우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몰라 대충 답했다.
“그러게요.”
지예슬은 갑자기 목소리가 돌변했다.
“사실 난 은숙 이모가 왜 너를 은성으로 보냈는지 알아. 새아빠가 널 정신 나간 사람이랑 결혼시키려고 했지? 네가 은성에 있다는걸 알게 되면 잡으러 올까?”
“결혼은 부모님의 말씀을 따르는 게 맞아. 새아빠도 명목상으로는 네 아빠잖아. 널 데려가겠다고 버티고 있으면 정씨 가문은 그걸 막을 권리도 없을걸? 그때 가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
온서우는 겁에 질린 척 연기했다.
“언니,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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