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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자리에 멈춘 온서우가 미소를 지은 채로 물었다. “성재 씨, 무슨 일이에요?” 연성재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카메라를 건넸다. “카메라 빌려 드릴게요. 포트폴리오 완성해야 한다면서요? 촬영 마치면 제가 사진 뽑아 드릴게요.” 오후 계곡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카메라를 만질 때 온서우는 흘러가는 말로 말했었다. 하지만 오후에 촬영한 사진으로 충분했기에 온서우는 카메라를 받지 않았다. “아니에요. 이미 필요한 만큼 촬영했어요. 카메라가 얼마나 귀중한데 성재 씨가 잘 보관해요.” 연성재는 다시 카메라를 손에 쥐며 말했다. “그럼 내일 시간 되세요? 사진 뽑으러 같이 갈까요?” 온서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일 일정이 따로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내일 몇 시에 만날까요?” “오전 10시 어떠세요?” 온서우가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말했다. “좋아요.” 연성재는 청순한 온서우의 햇살 같은 미소에 귓불이 점점 붉어졌다. 그래서 손을 흔들며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럼, 내일 만나요.” “내일 만나요.” 온서우도 손을 흔들었다. 연성재는 풋풋한 청춘의 한 장면처럼 시야에서 사라졌다. 온서우는 드디어 포트폴리오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온서우도 등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온서우를 콕콕 찔렀다. 온서우는 그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하며 양손으로 팔을 비볐다. 그리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앞의 사람이 먼저 지나가도록 했다. 정서준이 문을 가로막고 있어 온서우는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정서준은 방금 온서우가 모르는 남자와 알콩달콩 얘기를 주고받다가 자신한테는 냉랭하게 대하는 것에 이유 모를 화가 났다. 그래서 온서우가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절대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 심산으로 길을 막고 있었다. 온서우는 약 2초간 자리에서 머물다가 점점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고 싸늘하다 못해 무서운 그 시선에 어깨가 줄어들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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