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장
지예슬은 웃는 얼굴로 일부러 다시 한번 상황을 짚었다.
“작은오빠랑 서우랑 요즘 들어 자꾸 몰래 붙어 다니는데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정서준을 바라보며 더 자세하게 물어봐 달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정서준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엑셀을 밟았다. 차량은 빠르게 질주했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지예슬은 앞으로 튕겨 나가 유리창에 머리를 찍을 뻔했다. 깜짝 놀란 지예슬은 바로 손잡이를 꼭 잡고 행여나 또다시 튕겨 나갈까 두려워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운전 중인 정서준은 입을 다물고 이를 꽉 깨물었다. 시선은 정면으로 고정했고 온몸으로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차량은 곧장 정원에 들어서고 정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 그러나 정서준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 한번 없었다.
지예슬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심스럽게 안전벨트를 풀어 차에서 내렸다.
먼저 차에서 내린 정서준은 긴 다리를 뻗어 이미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뒤처진 지예슬은 아예 잊어버린 것 같았다.
정씨 저택 거실.
정상철과 진미숙은 이미 출근하고 집에 없었다.
청소 중이던 장정희는 손에 쥔 걸레를 내려두고 웃는 얼굴로 정서준을 맞았다.
“서준아, 점심은 집에서 먹는 거니?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내가 해 줄게.”
정서준은 조금 표정을 풀고 덤덤하게 말했다.
“다 괜찮아요. 저는 먼저 방으로 올라가 볼 게요.”
정서준은 늘 굳은 얼굴이었기에 장정희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엔 우리 셋뿐이니까 만두나 빚을까?”
‘세 사람?’
위층으로 올라가던 정서준이 발걸음을 뚝 멈춰 섰다. 거실을 빙 둘러보니 자신을 포함해 총 세 명이었다. 그래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재욱이는 점심 먹으러 안 온대요?”
장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까 재욱이가 전화를 걸어 서우랑 둘은 오늘 점심, 저녁 모두 집에서 먹지 않을 테니 밥을 남길 필요가 없다고 했어.”
정서준은 굳은 얼굴로 알겠다고 답하며 다시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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