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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그러나 밤이 되어 침실로 돌아온 진미숙은 방 문을 닫고 결국 정상철에게 다소 불평 섞인 목소리로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내가 보기에는 예슬이가 성격이 좀 극단적인 것 같아요. 오늘 일만 봐도 그렇잖아요. 원래 지영이한테 일부러 국을 쏟은 것도 아닌데, 그냥 진심으로 사과하고 끝내면 될 일을 굳이 그런 연극까지 벌여서 희영이 앞에서 나까지 민망하게 만들더라고요.” “희영이가 가고 나서도 내 앞에서 울며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니까요. 정말 무슨 연극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괜히 뭐라고 한마디라도 더 했다가 내가 싫어한다고 오해할까 봐 말도 못 꺼내겠더라고요.” 예슬이가 무릎 꿇고 사과한 장면을 정상철은 보지 못했다. 그가 있을 때는 지예슬이 늘 얌전하고 성실한 모습이었고 장정희를 도와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는 것만 봐왔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정상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 집에 아직 적응을 못 해서 그러는 거 아닐까? 너무 긴장한 상태라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격해져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몰라.” 진미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서우는 왜 안 그래요? 서우는 대범하고 당당하잖아요. 오늘 한양산업대학교 얘기를 서우한테 했더니 그 자리를 예슬이한테 양보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자기는 군악대 홍보과 채용 시험을 보고 싶대요. 나는 그 자리가 공개 채용인 줄도 몰랐는데 서우가 알아보고 온 거예요.” “붙을지 못 붙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는 모습이 기특하잖아요. 만약 오늘 서우가 먼저 그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면 예슬이 성격상 분명 또 울면서 내 앞에서 무릎 꿇었겠죠. 어휴, 생각만 해도 두려워요.” 진미숙은 팔짱을 끼고 팔을 문지르며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한편 정상철은 온서우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저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스스로 일자리까지 알아보고 계획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서우 참 괜찮은 아이지.” 진미숙은 정상철의 품에 기대어 그의 말에 맞장구쳤다. “당신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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