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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얘 뭐야! 완전 미친 년 아니야?’ 주지영은 정신 나간 사람을 보듯 지예슬을 바라보았다. 용서하겠다는 말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주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지예슬은 여전히 자기 몸을 신경 쓰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결국 안절부절못하던 진미숙이 장희영을 불러 지예슬을 억지로 화장실로 데려갔다. 소파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재욱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문이 막힌 채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극적인 일이 실제로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았다. 장정희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속으로 자신이 지예슬을 건드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미친 사람이 따로 없었다. 온서우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깨진 찻잔을 집어 들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 이거 안 뜨겁네?” 주지영은 재빨리 찻잔을 들어 만져보더니 과연 그렇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찻잔은 그저 미지근한 온기만 남아 있을 뿐 기껏해야 60도나 7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이었다. 아까 그 뜨거운 삼계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온도였다. ‘하, 이 여우 같은 년. 연기력 하나는 기가 막히네!’ “엄마, 이모, 지예슬이 연기하는 거예요!” “이 찻잔 하나도 안 뜨거워요.” “다 거짓말이에요. 속지 마세요!” 주지영은 화가 나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치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워낙 거침없는 성격이라 평소에는 어른들 앞에서 어느 정도 자제했지만 또래 앞에서는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곤 했다. 금세 화장실에서 지예슬을 비난하는 주지영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서우는 태연하게 소파에 앉았다. 굳이 보지 않아도 지금 지예슬의 표정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변했을지 뻔히 알 수 있었다. 둘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짝꿍이었다. 서로의 본모습을 알고 있었으니 이렇게 서로 물어뜯을 수밖에 없었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통쾌했다. 원작에서는 주지영이 정씨 가문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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