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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장

꿈속에서... 여자의 검은 머리카락은 살짝 틀어 올려져 있었고 얼굴은 새하얗고 고운 빛을 띠며 은은한 물기를 머금은 듯한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가에는 은은하게 매혹적인 기운이 감돌았고 붉은 입술은 미묘하게 벌어져서 ‘우리 안 맞아요. 함께할 수 없어요’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입술이 열렸다 닫히며 속을 뒤집어 놓는 말만 내뱉는 걸 본 정서준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 그녀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이고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여자는 마지못해 두어 번 앓는 소리를 내더니 곧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가느다란 손이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에 감기며... 더는 멈출 수 없었다. 한밤중 정서준은 손전등을 켜고 세면대 앞에 서 있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술은 굳게 다물었다. 몇 초간 망설이던 그는 결국 냉수를 틀어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정씨 가문. 오늘은 주말이었지만 정상철은 군부대에 볼 일이 있어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지예슬은 오늘 집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는 걸 알고 서둘러 주방에 들어가 일손을 거들었다. 온서우는 그런 그녀와 함께 연기할 생각이 없었다. 정씨 가문에서 매일 가사 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내느니 하루빨리 자립할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식탁을 치운 뒤 온서우는 서둘러 방으로 올라가 원고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 그녀는 소설 속으로 들어오기 전 친구들과 함께 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들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행정학과 논술에 관한 여러 지식과 자료들을 달달 외우고 연습했던 기억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제는 당대 사회적 이슈만 조금 파악하면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이 없을 듯했다. 한편 지예슬은 주방에서 바쁜 척하며 일을 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집에 아직 훈제 고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점심에 훈제 고기랑 양배추를 볶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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