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장정희는 지예슬의 말에 대꾸하기도 싫었다. 지예슬은 바보가 아니라면 정말 못돼먹은 게 틀림없었다.
가정부인 사람이 일을 안 하고 거실에 앉아 쉬면서 집주인이 인정한 양녀에게 온 가족의 밥을 차리게 하다니, 그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면 모를까.
장정희가 마음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주방 문가에서 진미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슬아, 거실에 나와서 좀 쉬어. 너 아침부터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잖아.”
이 말을 듣고 장정희는 손에 쥔 채소를 다듬다가 잠깐 멈칫했다.
‘아침밥은 다 내가 준비했는데, 저 애는 그저 옆에서 접시 몇 번 옮기고 음식 담기만 했잖아. 그게 어떻게 주방에서 아침 내내 바빴다는 거지?’
장정희는 불만스러운 눈길로 옆에 있는 지예슬을 힐끔 쳐다보았다. 지예슬은 눈을 깜빡거리더니 한쪽 팔을 들어 팔꿈치로 눈을 비비며 말했다.
“이모, 괜찮아요. 저 원래 이런 일은 익숙해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눈이 매운 거야? 이모가 봐줄게.”
진미숙이 다가와서 걱정스레 그녀의 눈을 살펴보았다. 지예슬은 눈을 뜨려고 애를 썼지만 눈물이 계속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이 매워서 이 지경인데도 계속 양파를 썰려고 하다니. 진미숙은 안쓰러워 지예슬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내려놓고는 장정희에게 말했다.
“아주머니가 해요.”
그러고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 거실로 이끌었다.
“이제 앉아서 좀 쉬어. 하루 종일 쉬지도 못하고. 네가 이 집에 일하러 온 것도 아닌데.”
진미숙이 가볍게 내뱉은 말일 뿐인데도 장정희의 마음속에 그 말이 깊숙이 박혔다. 마치 심장을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장정희는 두어 번 눈을 비비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일에 열중했다.
그때 온서우가 초고를 다 쓰고 내려와 컵에 물을 받으려고 주방에 들어왔다가 장정희의 표정이 어딘가 심상치 않은 걸 발견했다. 누가 봐도 서러워하는 얼굴이었다.
온서우는 컵을 들고 장정희 옆으로 다가가 친근하게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장정희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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