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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부진환은 미간을 주무르며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얼굴은 다 나았느냐? 괜찮아졌으면 인제 그만…” 그 말에 낙월영은 털썩 무릎을 꿇더니 서럽게 울어댔다. “왕야께서는 절 내쫓으시려는 겁니까?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감정이 격해져 진 태위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왕야, 절 용서해주세요.” 낙월영의 불쌍한 모습과 훌쩍이며 우는 얼굴에 부진환은 순간 머리가 아팠다. 그는 마음이 약해져 낙월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난 네가 명분 없이 섭정왕부에 있는 게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 그 말에 낙월영은 조금 의아했지만 몰래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왕야. 내일 제가 직접 저택으로 찾아가 진 태위께 사죄드리겠습니다.” 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아니다. 진 태위는 원래 말투가 그러니 가봤자 화만 더 돋울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낙월영은 고개를 숙이며 몰래 웃었다. 역시 낙청연이 없으니 왕야는 자신을 더욱 아꼈다. 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낙월영이 울기만 하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일까? 그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진짜 낙월영의 연기에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 — 장락골목 33번에 구영 약방(九瓔藥鋪)이 생겼다. 구영 약방의 이름은 낙영의 영에서 따온 것이었다. 송천초는 간판을 보면서 몹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월구영(皓月九瓔)은 보기 드문 약재지요. 저희 약방에 오면 온갖 희귀한 약재들을 다 볼 수 있으니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지초는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송천초와 왕비와 함께 다니면서 많은 약재를 알게 되었고 그중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 수두룩했다. 송천초에게 이렇게 많은 보물이 있을 줄이야.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송천초를 보았다. “네 약재는 곧 다 팔릴 것이다. 그러니 다른 보기 드문 약재들을 구해야 한다.” 그 말에 송천초는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꾸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집에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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