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장 헛걸음

“나랑 은하 사이의 일은 너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전남편은 전남편답게 은하 앞에 나타나지 말 것이지, 왜 시도 때도 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거야?” 차도준의 말에 서진혁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갑자기 그의 말을 끊었다. “도대체 왜 온 거야? 만약 또다시 트집을 잡고 싶은 거라면 난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또다시 경찰서에 가도 괜찮은 거라면 어디 한번 계속 해봐. 게다가, 지금 사람들이 유성 그룹을 지켜보고 있을 텐데 설마 온 가문 사람들을 끌어들일 작정이야?” 내 말에 서진혁은 그 후과를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차도준을 매섭게 쏘아보고 나서야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의 말투는 많이 평온해졌지만, 표정은 여전히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난 네 부모님으로부터 너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이렇게 찾아온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차도준이랑 이렇게 꽁냥꽁냥할 줄은 몰랐어. 연은하. 정말 실망이야. 오는 길 내내 너를 걱정했던 내가 우습게만 느껴져.” 나를 걱정했다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진혁은 예전에 내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를 바랐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끝마다 나를 걱정한다고 하고 있다니… 현재 정신이 맑은 상태가 아니라면, 난 하마터면 잘못 들은 줄 알았을 것이다. 순간, 나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 “어떻게 우리 부모님한테 그 소식을 들은 거야? 우리 부모님께서 먼저 연락하실 리는 없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두 사람은 전에 서씨 가문과 연씨 가문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순간, 서진혁은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가로등 아래, 그의 표정에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윤이랑 얘기하러 갔다가 마침 어머님, 아버님께서 얘기를 하는 걸 들었어.” 그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거봐. 결국엔 다 연하윤 때문이잖아. 네가 걱정하는 건 내가 아니라 두 가문의 협력이겠지. 협력을 회복하려고 지금 이런 시늉을 하는 거 뿐이잖아.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