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여전히 나를 위해

나는 조금 의아했다. “뭐 하려고?” 차도준은 내게 다가와 한 손으로 내 눈을 가리고 나와 함께 룸에서 걸어나왔다. 그렇게 눈앞이 캄캄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에 장지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곧이어 차도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산들거리는 봄바람처럼 듣고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되었다. “잘못한 만큼 법적 제재를 받는 것 외에 깊은 교훈을 남겨줘야 해. 하물며 너를 건드렸으니, 난 절대 그가 여기에서 멀쩡하게 걸어나가게 하지 않을 거야.” 차도준의 말은 내 심금을 어지럽혔다. 설마 그가 한 모든 것이 전부 나를 위한 것이란 말이야? 전생에 나는 서진혁의 냉담함과 무자비함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감싸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생에 차도준의 나한테 그런 존재가 되었다. 설마 정말 강민주의 말처럼 나한테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일까? 장지훈의 비명은 10여 초 동안 계속되다가 이내 사라졌다. 나는 차도준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차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경호원에 의해 밖으로 실려나오는 장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온몸은 성한 곳이 하나 없었다.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왠지 모르게 통쾌해했다. 장지훈은 어쨌든 충분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차도준은 나와 함께 경찰서에 가서 증거를 제출했다. 진술을 녹음한 후에야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다. 바깥은 이미 어둠이 깃들었다. 경찰서를 나오자 찬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다. 그때, 따뜻함이 감도는 외투가 내 어깨에 걸쳐졌다. 고개를 드는 순간, 걱정어린 차도준의 시선과 마주치게 되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그 말에 순식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 일로 또 너한테 폐를 끼쳤어. 개의치 않아할 거지?” 그러자 차도준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응. 난 오히려 네가 나한테 폐를 끼쳤으면 좋겠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가 막 무슨 말을 하려던 참에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은하야. 장씨 아저씨 얘기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