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 차 한 잔 따라줘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당시 두 사람이 나를 믿지 않은 거였잖아. 그런데 분명히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고 있어. 두 사람은 왜 본인이 한 말을 지키지 않는거야?”
내 말에 연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부러 눈물을 훔쳤다. 그러자 연준영은 곧바로 나를 꾸짖기 시작했다.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애꿎은 하윤이까지 나무라지 말고. 하윤이는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그런데 넌 은혜를 갚을 줄도 모르면 그만이지 어떻게 네 여동생까지 꾸짖을 수 있어? 네 양심은 개한테 줘버린 거야?”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맞아. 누군가는 정말 양심을 개한테 줘버린 것 같아. 오죽하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 때문에 자기 친동생을 이렇게 모욕하겠어?”
그렇게 우리가 싸우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됐어. 그만해.”
말을 마치고, 아버지는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연준영을 빤히 노려보았다.
“이번엔 네가 잘못햇어. 네 여동생을 못 믿으면 그만이지, 왜 호통을 치는 거야? 빨리 네 동생한테 사과하지 못해?”
아버지가 직접 나섰기 때문에 연준영은 아무리 화가 나고, 불만이 있어도 그저 얼굴을 붉히기만 할 뿐, 나한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사과는 할 수 있지만 그 전에 네가 먼저 하윤이한테 사과해야 해. 하윤이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이 일에 끌어들여서 한소리하는 거야?”
그 말에 나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 코가 석자인데,이 와중에도 연하윤을 위해 한마디 하다니…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라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연하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도 봤지? 네 오빠가 너를 위해 이 정도로 나서는데 너도 조금의 성의 표시를 해야하지 않겠어? 나한테 사과하지 않아도 돼. 사과를 하는 대신 차 한 잔만 따라주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해줄게. 어때?”
그 말에 연하윤은 내가 무슨 맹수라도 되는 양 불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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