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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빨리 협의 이혼서에 사인해

그 후, 서진혁과 연준영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나는 가장 먼저 그들에게 연하윤의 진짜 모습을 그들에게 설명했었다. 나를 죽이려고 불을 지른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었다. 심지어 서진혁은 나를 밀어내고 연준영과 함께 연하윤을 가장 먼저 구출하기까지 했다. 그 바람에 나는 벽에 몸을 부딪쳐 발을 삔 나머지 불길 속에서 제때 빠져나오지 못해 하마터면 얼굴을 망가뜨릴 뻔했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팔과 허벅지에는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나는 연하윤을 지목했었지만, 서진혁과 연준영은 모두 내가 큰 충격을 받아 정신에 이상이 생긴 줄 알았는지, 경찰에게 연하윤의 무죄를 주장했었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연하윤은 내 병상 앞에 와서 잔뜩 득의양양했었다. 그러면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친오빠는 이미 나를 버렸다고, 이제 회사의 주식과 부모님도 모두 자기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시절 생각이 문득 떠올라, 나는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내가 화를 낼 때의 모습을 제일 보기 싫어하는 서진혁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연은하. 내가 인내심이 별로 없는 거 너도 알잖아. 난 일도 해야 하고 접대도 해야 해서 아주 피곤해. 너랑 이렇게 싸울 시간 없어. 네가 자꾸 이러면, 우린 이혼할 수밖에 없어. 이혼하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서진혁은 이혼으로 나를 협박하고 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쓸모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좋아. 그럼 이혼해.” “뭐?” 서진혁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마치 잘못 듣기라도 한 것처럼. 잠시 후, 나는 침대맡에 미리 준비해 둔 이혼 합의서를 꺼내 서진혁에게 건넸다. “이혼한다고. 재산 분할은 걱정할 필요 없어. 결혼 전 재산은 당연히 각자의 것으로 귀속될 테니까. 난 네 돈 한 푼도 원하지 않아. 빈털터리로 이혼하는 셈이야. 사인만 하면 돼.”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펜을 건네주었다. 서진혁은 그 이혼 합의서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갑자기 서류를 구겨 버렸다. 곧이어, 그는 내 손을 꽉 잡고 분노에 잔뜩 휩싸인 눈빛으로 한마디 했다. “연은하. 너 간이 아주 부었구나? 감히 나한테 이혼 얘기를 꺼내?” 서진혁의 빼어난 외모에, 순간 나는 정신이 약간 몽롱해졌다. 나와 서진혁은 일찍이 혼약을 맺었지만, 이 감정은 내가 먼저 시작한 것이었다. 난 어린 시절부터 서진혁을 쫓아다녔고 사랑이란 감정에 눈을 떴을 때, 그에 대한 감정이 이미 확고해진 상태였었다. 나아가서는 서진혁과의 미래를 그리기도 했었다. 마침내 대학 시절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게 되었었다. 그렇게 난 서진혁과 사귀게 되었고 졸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결혼했었다. 이 감정을 지키기 위해, 나는 많은 것을 바쳤었다. 서진혁은 성격이 조금 무뚝뚝한 편이었지만 나의 요구하면 전부 다 들어주었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연하윤을 조심스럽게 대하고, 연하윤을 바라보는 두 눈에 웃음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비로소 꿈에서 막 깨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모두가 내가 서진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난 평생 서진혁의 곁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남들뿐 아니라 서진혁마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감히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 번 또 한 번, 나한테 상처를 입힌 것이다. 전생에 내가 유산했을 때, 그는 연하윤을 위해 성대한 불꽃놀이를 계획하고 있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에는 출장을 핑계로 연하윤과 해변에서 휴가를 보냈었고. 우리 집이 파산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그에게 제발 그만두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이것이 내가 연하윤을 다치게 한 대가라고,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전생의 쓰라린 교훈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를 산 채로 죽여버려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그에게 미련을 둘 수 있겠는가?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네가 이혼하자고 하는 건 되고, 내가 이혼하자고 하는 건 안 되는 거야?” 나는 그를 밀어내려고 몸부림쳤다. “어서 이혼 협의서에 사인해. 우린 이제 여기서 끝이야.” 말을 마치자, 서진혁의 안색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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