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선택적 장님
차도준의 눈빛은 마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순간, 정신이 돌아온 나는 뭔가 야릇한 분위기에 그의 품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분노에 가득 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곧이어 그는 힘껏 내 팔을 잡고 나와 차도준을 떼어놓았다. 나는 화가 잔뜩 치밀어 올라 얼굴이 새빨개진 연준영을 발견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여긴 왜 왔어?”
“난 네 오빠야. 오빠가 동생 집을 찾아오는 것도 안 돼?”
연준영은 차도준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내가 제때에 오지 않았으면 너희들은 밥을 짓는 게 아니라 다른 이상한 짓을 했을 거 아니야?”
그 말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연준영의 손을 뿌리치고는 사정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미쳤어? 도준이는 그저 날 부축해 준 것뿐이야. 머릿속에서 그런 더러운 생각을 집어치울 순 없어?”
내 말에도 연준영은 코웃음을 치기만 할 뿐이었다.
“헛소리하지 마. 조금 전 두 사람의 눈빛은 아무도 못 속여. 네가 하윤이를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병문안도 가지 않고 여기에서 차도준이랑 꽁냥꽁냥대고 있는 거야?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도 사실이 아닐 거라고 기사를 믿지 않았었는데, 네가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으로 변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연은하. 넌 정말 답이 없는 사람이야.”
연준영은 마치 내가 무슨 극악무도하고,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처럼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연준영이 나를 찾아온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연하윤을 대신해 나한테 따지러 온 것이었다.
“연하윤이 그래? 내가 자기를 병원에 입원시킨 거라고?”
나는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그러자 연준영은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하윤이는 착해서 그런 말을 한 적 없어. 하지만, 여기에서 주스를 먹고 배가 아프기 시작한 거야. 네가 손을 쓴 게 아니라면, 어떻게 갑자기 배가 아플 수 있겠어? 솔직하게 말해봐. 하윤이한테 무슨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