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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내 혼인에 제3자는 필요 없어

차도준의 독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했다. 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싶을 정도였다. 순간, 서진혁은 안색이 잔뜩 굳어졌다. 그는 이를 꽉 악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차도준. 연은하는 내 아내야. 남의 집안일인데 네가 왜 끼어들어?” 그런 다음, 서진혁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따라와.”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 내 다른 한 손을 힘껏 잡아당겼다. 순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차도준이 내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는 걱정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서진혁에게 차갑게 한마디 했다.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 그러자 서진혁은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내 손을 더 꽉 쥐었다. “부부끼리 집안일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이거 놔.” 나는 어쩔 수 없이 두 남자 사이에 끼어 그들의 말다툼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레스토랑인 데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우리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니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구경하기 시작했다. 나는 원숭이처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경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차도준이 나를 걱정하는 건 알고 있지만, 서진혁에게 확실하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그래야 서진혁에게 더 이상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란 생각에 나는 차도준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도준아, 괜찮아. 서진혁은 나한테 손대지 못할 거야. 그리고, 우리 사이에는 분명히 해야 할 말이 있어.” 나를 빤히 노려보는 차도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차도준은 몇 초간 묵묵히 침묵을 유지하다가 손을 떼고 한마디 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응.” 내 미소에, 더욱 화가 난 서진혁은 나를 식당 밖으로 끌어내고는 길가에 세워둔 그의 차에 바로 집어넣었다. 나는 덤덤하게 조수석에 앉아 그가 차에 올라타 문을 힘껏 쾅 닫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가 차를 몰고 떠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나와 함께 차 안에 앉아 있었다. 하긴, 연하윤을 두고 혼자 떠나갈 리가… 서진혁은 분노와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말해. 차도준 때문에 나랑 이혼하겠다고 하는 거야?” 그 말에 나는 그를 한껏 비웃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너랑 똑같은 줄 알아?” “연은하, 너…” 내 말에 서진혁도 화가 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서진혁, 내가 이혼 얘기 꺼낸 건 차도준과 아무 상관 없어.” “그저 이제 더 이상 너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어졌기 때문이야. 그건 너도 똑같잖아.” 그 말에 서진혁은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당황스럽고 공허하기까지 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내가 먼저 한마디 했다. “사랑하지 않으면 그냥 서로를 놓아주는 게 나아. 더 이상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어.” 순간, 잔뜩 일그러진 서진혁의 표정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랑 같이 사는 게 그렇게 괴로워?” “그래.”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주저 없이 말했다. 이왕 분명히 말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지금까지의 모든 불만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연하윤과 함께 야근하고, 연하윤 편을 들고, 하윤이가 아플 때 정성껏 보살펴줬잖아. 넌 하윤이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정작 아내인 나를 위해선? 나를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데? 내 생일도 잊고, 장미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내가 아플 땐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라며 말만 남겼잖아. 왜? 내가 네 그 한마디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분명하게 말하는데 내 혼인에 제3의 존재는 필요 없어.” 오랫동안 쌓여있던 불만을 이렇게 전부 털어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많이 후련해졌다. 마치 가슴 속에 있던 응어리가 전부 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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