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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강수연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괴한의 손목을 잡았고 괴한이 놀라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 누구야?" 예상했던 아픔이 느껴지지 않자 강수연이 눈을 벌떡 떴는데 순간 멈칫했다. 괴한의 뒤에 검은색 코트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표정이 차가웠고 눈빛이 싸늘했다,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괴한의 손목을 잡았기에 날카로운 칼끝이 그녀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 윤호진은 얇은 입술로 차갑게 말했다. "고의적으로 상해를 입히면, 3년 이하 혹은 10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어." 괴한은 누군가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아주 당황했다. 그는 잡히면 안 되었다. 그가 발을 들어 강수연의 가슴을 차려고 하는데, 윤호진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감싸 보호했고, 괴한이 그 틈을 타 몸부림치며 도망쳤다. "슥"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피가 강수연의 얼굴에 튀었다. "윤호진!" 괴한은 감히 더 있지 못하고 얼른 도망갔다. 윤호진이 쫓아가려고 하는데, 강수연이 그를 불러 세웠다. "가지 마, 너 손 다쳤잖아!" 강수연이 두 손이 테이프에 감겨 있었기에 다급해서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윤호진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먼저 그녀를 결박하고 있던 테이프를 뜯어 그녀를 부추겨 일어 세웠다. "빨리 병원으로 가..." 강수연은 그의 손목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 윤호진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심한 거 아니야, 가서 붕대 감으면 돼." 다행히 강수연이 항상 약상자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녀는 윤호진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리고 간 후, 약상자를 꺼내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 상처는 5cm 정도 길었지만 깊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가 많이 나서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였다. 강수연은 난빛이 새하얘져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윤호진은 그녀가 괴한 때문에 놀란 줄 알고, 다치치 않은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나지막하게 위로했다. "겁먹지 마, 이제 괜찮아, 조금 이따 나랑 같이 CCTV 보러 가자." "겁먹은 거 아니야, 정말 나한테 무슨 짓 하지 못할 거거든, 오히려 네가..." 강수연은 그의 상처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말하려고 입 끝까지 차오른 말을 참았고 말하지 않고는 열심히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 "참, 어떻게 마침 온 거야?" 윤호진이 담담하게 답했다. "네 소리 들었어." 이런 우연이 있다고? 그녀는 윤호진이 청력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윤호진은 방금 그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정말 너한테 뭔 짓 못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게다가 괴한이 돈도 안 노리고, 몸도 안 노리고, 그냥 네 얼굴만 그으려고 했어, 너무 수상해." 그는 강수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누가 널 해치려는 건데?" 소독하고 있던 강수연은 멈칫하고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시어머니 말고 누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나댈 사람이 누가 있겠어?" 윤호진이 전에 그녀를 도와 소송을 했었기에, 그녀의 기본 정보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조순화였고, 재벌 사모님들중에서 꽤 인기가 있다는 것만 알고 다른 건 잘 몰랐다.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 있어?" 강수연이 솔직하게 설명했다. "내가 심지운 재산을 반을 가져가는 걸 싫어해, 방금 그분이 보낸 사람이야, 나한테 빈 몸으로 집에서 나가겠다는 협의서에 사인하라고 했어." 그랬구나, 그래서 괴한이 도망갈 때도 잊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은 거였어. 윤호진이 말했다. "신고하면 되잖아." 강수연은 고개도 들지 않았고 생각도 하지 않고 답했다. "신고하면 안 돼." "왜?" 강수연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보고는 시선을 거두고 입술을 오므리고 침묵했다. 경찰이 출동하면 심운봉도 알게 될 것이고 그럼 자극을 받을 것이었다. 조순화가 미쳤다고 해서 그녀도 같이 미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 그녀의 사적인 일이었고 모두 엮여있는 귀찮은 일이라 그녀는 본능적으로 윤호진이 많은 걸 알지 않기를 바랐다. "묻지 마, 어차피 신고 안 할 거니까."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계속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 진지한 강수연의 옆모습을 보며 윤호진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나타났다... 그동안 그녀의 결혼생활이 별로 순조롭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적어도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윤호진의 피부가 하얬기에 상처를 깔끔하게 처리하자,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고 새빨간 피가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보기만 해도 아파 보였다. 강수연이 무심코 불어주었다. 부드러운 숨결이 바람을 타고 전해지자, 윤호진은 멈칫했고 진지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상한 느낌이 팔뚝의 상처를 타고 온몸에 퍼졌고 그는 순간 몸이 굳어졌다. 전에 동거할 때, 그가 다쳤었고 강수연이 그때도 지금처럼 그의 상처를 누르고 가볍게 숨을 불어주었다. 불어주면 안 아프다고 하면서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아직도 그 습관을 간직하고 있었다. 윤호진의 눈빛은 점점 수 깊어졌다. 강수연은 약을 꺼내 윤호진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말했다. "살살할게, 최대한 상처 안 아프게 해 줄게."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나긋했기에 윤호진은 순간 황홀했고 자기도 모르게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 그날 밤, 그는 그녀의 눈과 입술에 입맞춤하며 쉰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가볍게 달래듯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살살할게, 안 아파." "다 됐어, 상처에 물 안 닿게 해." 그때, 부드러운 강수연의 목소리가 윤호진의 멀어진 생각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강수연의 희고 매끈한 얼굴에 고정되었다. 순간적으로, 지금의 얼굴과 기억 속 그 붉게 상기된 얼굴이 겹쳐졌다... 바로 그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그녀였다. 윤호진이 손을 내밀어 살며시 어루만지고 싶었지만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억지로 눌러 참아냈다. 다행히 강수연은 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는 약상자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따뜻한 물을 그한테 건넸다. "안에 꿀 탔어, 마시면 몸에 좋아." 윤호진은 건네받고는 투명한 유리컵을 손에 쥐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컵 주위를 만지작거렸다. 강수연은 맞은편에 있는 일인용 소파에 앉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아무 말하지 않았기에 순간 조용해졌다. 강유리가 주제를 꺼내려고 하는데, 윤호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물었다. "그때, 왜 심지운이랑 결혼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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