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성시후는 그 순간 마음이 흐뭇해지고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말하는 말투마저 한결 홀가분해졌다. “은지가 매우 신경 쓰이나 봐?” 강리나가 무심코 되물었다. “내가 왜요?” “걔가 날 채갈까 봐 두려운 거지.” 참으로 가소로운 대답이었다. 강리나는 진지하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말을 내뱉는 거예요?” 성시후는 살짝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틀린 말 했어?” “틀려도 한참 틀렸어요!” “근데 왜 뜬금없이 은지 얘기를 꺼내?” 강리나는 대놓고 그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시후 씨가 나보단 은지 씨를 더 좋아하고 또 그래서 은지 씨의 감정을 더 고려하고 있잖아요. 그럼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당연히 은지 씨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거 아니겠어요. 대체 뭐가 난해하다는 거죠?” “그건 네 생각이고.” “자꾸 그렇게 부정할 필요 없어요. 말로만 부인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시후 씨가 지금 나한테 자상하게 대하고 인내심 있게 맞춰주는 것도 다 내 몸에 흥미를 느껴서잖아요. 밥 사주려고 마음먹을 때 어쩌면 뒤에 있을 밤일까지 다 생각해놓은 거 아니에요?” 성시후의 짙은 눈동자가 좀 더 어두워지고 입가에 대수롭지 않은 듯한 미소가 어렸다. “혼자 대본을 쓰시네 아주.” 강리나가 코웃음 치며 되물었다. “부인하지 않는 건 내 말이 옳다는 거네요?” “기어코 그런 식으로 뒤집어씌우겠다면 뭐 나도 어쩔 수 없지.” “시후 씨가 인정하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네요.” 성시후는 코웃음만 칠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한편 강리나는 차창 너머로 행인과 차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주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30분 후 그들의 차가 한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섰다. 성시후는 안전벨트를 풀었지만 곧바로 하차하지 않았다. 강리나가 이제 막 내리려 할 때 이 남자가 갑자기 팔을 확 잡아당기더니 덩치 큰 체구로 그녀를 짓누르고 뒤통수를 받친 채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강리나는 뒤늦게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