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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312호실에 있어요.” 하은지가 흔쾌히 대답했다. 통화가 끝나자 강리나는 하은지가 너무 협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혼하고 위자료를 받는 데 급급해 좀 더 적극적인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았다. 약 20분이 지나자 하은지가 찾아왔다. 강리나가 서류봉투를 건네받아 열자 호텔 체크인에 관한 상세한 서류가 눈에 들어왔고 이어 계좌이체 흐름과 사진 뭉치도 보였다. 처음엔 뒷모습뿐이었는데 남자는 육민우가 분명했다. 강리나는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들은 팔짱을 끼고, 쇼핑하고, 포옹하고, 키스하고, 그리고 심지어... 침대에 함께 있는 사진까지 있었다. 사진을 뒤로 넘기던 강리나는 그 여자의 정면을 보자 온몸에 털이 곤두선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은지를 올려다보았다. “이게 정말이에요?” “당연하죠. 내가 어디 가서 조작하겠어요?” “어디서 났어요?” 하은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시후가 사람을 시켜서 처리한 던데 가짜를 줄 것 같아요?” 강리나는 침묵했다. 비록 성시후가 은산시에서의 사생활이 혼란스러워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정도라 하더라도, 이렇게 저급한 일을 조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끼익. 누군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진에 정신을 팔린 강리나는 누가 왔는지도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곧 하은지의 의외의라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시후야, 여긴 웬일이야?” 강리나는 성시후의 이름을 듣고 눈을 들어 보았다. 그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어젯밤 그가 모질게 그렇게 무거운 재떨이를 자신에게 던지던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강리나는 고개를 돌려 외면한 채 병상에서 내려와 자료를 들고 병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스쳐 지나갈 때 성시후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어디 가?” “화장실.” “내가 데려다줄게.” “됐어요.” 성시후가 병실을 나서는 강리나를 쫓아가려고 하자 하은지가 그를 붙잡았다. “시후야, 병원에 왜 왔어?” “강리나가 입원해 있어서 보러 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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