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박태성은 만족감을 느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한데 그렇게 비참하게 살고도 마음속에 증오가 없을 리가 있나.
다섯 살짜리 아이가 혼자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절망을 겪어야 했는지 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이 어린 소녀는 단지 남들보다 연기를 잘하는 것뿐이었다.
친절하고 너그러운 척, 활기차고 명랑한 척.
박태성이 이런 생각을 하던 순간 온채원의 말이 들렸다.
“난 이름만 아버지인 그 사람이 안 미워요. 날 낳고 버렸으니 이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죠. 날 싫어하고 도와주지 않았던 사람들도 미워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은 날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요. 하지만 유 선생님 일은... 원망스러워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구해줄 만큼 강하지 못했던 내가 원망스러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유 선생님이 못다 한 일은 내가 남아서 이루면 되고 나도 유 선생님처럼 되려고 노력할 거니까.”
강인하고 또렷한 온채원의 목소리에 박태성은 잠시 넋을 잃었다.
온채원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미움이 조금은 사라졌고 그녀는 맑은 눈으로 박태성을 바라보았다.
“박태성 씨는 날 구해줬으니까 내 은인이고 난 아무것도 당신에게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까 계속 날 경계하고 의심할 필요 없어요.”
온채원은 박태성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 방으로 들어갔다.
박태성은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채원은 자신의 짐을 들고 나왔다.
들어올 때 자기 물건을 구석에 놔두었던 온채원은 이곳을 집으로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 떠나려 했다.
그랬기에 지금도 별로 챙길 것 없이 빠르게 들고 나왔다.
박태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온채원이 짐을 들고 방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나가려고?”
“네, 할아버지가 본가에서 지내라고 하셨어요.”
“전에 들어올 때 네가 마음대로 나가는 건 싫다고 했는데.”
당시 박태성은 교통사고로 상처를 입었고 온채원은 이를 걱정해 박태성을 돌보기 위해 들어오겠다고 했다.
박태성이 부부가 되자고 제안한 것도 그때였다.
온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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